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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브렉시트의 저주 맞는 영국…선진국 중 유일, 마이너스성장 예측

31일(현지시간)로 유럽연합(EU)와 결별한 지 만 3년이 된 영국이 ‘진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저주를 맞고 있다. 금리 인상과 두자리수 물가인상, 재정 적자에 허덕였던 2022년에 이어 올해에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위기에 빠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를 인용,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면서 “ “IMF의 영국 경제 성장률 예상수치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곤경에 빠진 러시아(0.3%)보다도 낮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분위기인 미국이 3%대 성장, 예상외로 지난해 선방한 EU가 3~4% 성장, 대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과 일본 등도 1%대 성장이 예상되는 데 비해 영국의 전망치는 최악이나 다름없다.

영국 경제가 끝도 없이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은 10년 이상 장기집권해온 보수당 정부가 브렉시트를 ‘저질러만’ 놓고, 아무 후속대책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넌드 매넌 캉스칼리지런던대학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우리 경제가 취약해지는 원인의 하나가 바로 브렉시트”라며 “이제 경제문제 논의마저 정치를 통해야만 할 판”이라고 언급했다. 집권세력이나 야당인 노동당마저 반드시 해결해야할 경제 대책은 외면한 채 여론의 눈치만 본다는 뜻이다.

브렉시트 이전까지 영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EU 소속 동유럽 국가에서 유입된 값싼 노동력과 유럽금융의 허브 역할이었다. 그러나 3년전부터 값싼 노동력은 더 이상 유입되지 않게 됐고, 투자은행과 다국적 금융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발 금리인상 행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NYT는 “브렉시트 불똥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런던의 식당 웨이터부터 남부 평원지대 농업종사자까지 일손이 없어 모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이후의 이민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매넌 교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처음 시행된 2016년 이후 영국정부의 행정력은 거의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벌써 7년이 지났는데도 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은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영국은 이달초부터 10년만의 최대규모 파업을 맞게 된다. 민간기업은 물론 교사 철도근로자 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까지 줄줄이 임금인상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만년 적자인 국가재정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집권 한달만에 쫓겨났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성급한 감세정책으로 금융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 재정적자 해소책도 없이 세금까지 줄이겠다고 하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영국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권 보수당은 국내문제인 도시계획과 이민정책부터 EU와의 관계 설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당 전체의 합의조차 도출하지 못해 분란만 반복한다고 NYT는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인들 사이에 브렉시트에 대한 환멸까지 커지고 있다. 2016년 첫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51,9%가 브렉시트를 찬성했지만,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답했다. 브렉시트 찬성 여론은 32%에 그쳤다. 전체 629개 선거구별 조사에선 “영국이 EU를 떠난 게 잘못”이라는 명제에 대한 동의가 우세한 선거구가 무려 626곳에 달할 정도였다.

신문은 “브렉시트와 관련된 정책과 여론 모두가 엉망인 상황에서도 이를 다시 거론할 만큼의 용기를 지닌 정치적 리더십이나 인물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너선 포테스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마저 전혀 없는 레임덕 상태”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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