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돈 대라” 오세훈 요구에 기재부 ‘황당’


65세 이상 노인의 대중교통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또다시 나왔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앞두고 기획재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면서다. 여당도 제도 개선을 언급하자 정부는 난감한 기색이다.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대중교통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서울 지하철은 원가가 2000원인데 1인당 운임은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값 운행’을 하는 셈”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매년 적자는 1조원대인데 이중 무임승차 비율이 30% 정도다. 그동안 회사채를 발행해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서울시와 기재부가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다”며 “근본 해결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오 시장 요구를 거들었다.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요금을 전액 지원하려면 연평균 8336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에 대한 비용 추계 결과, 2024~2028년 5년간 무임승차를 보전하기 위한 재정은 총 4조1680억원이 필요하다. 국가유공자의 대중교통 이용요금까지 지원하면 필요한 재정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무임승차 비용을 나랏돈으로 메워야 하는 근거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에 대한 손실 책임은 지자체에 있는 데다가, 다른 지자체는 제쳐 두고 서울시만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인을 태우기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도 아닌데 적자 책임을 무임승차에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4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300~400원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자체의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는 예산 편성 철마다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 때도 PSO 예산이 논의됐지만 기재부 반대로 무산됐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 등이 낸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노후 시설 개량과 차량 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만 반영되고 폐기됐다. 도시철도 운임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정부는 한국철도공사의 새마을호, 무궁화호, 광역전철 등에는 무임승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별 도시철도의 운영 권한과 책임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관련 질의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다른 지자체들과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복합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으로 무임승차 손실 보전은 어렵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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