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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5년 뒤 우리 해역 온다

[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도쿄전력은 올해 저장 한계를 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예정이다. 사진은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누군가는 괴담이라 했고, 누군가는 괴담이란 말이 또 다른 괴담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래할 영향은 권위 있는 전문가들 틈에서도 말이 달랐다. 사고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흘려보내는 일 자체가 전례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의문에서 비롯한 논쟁에는 때로 이념도 동반됐고, 그 사이 일본의 방류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일보는 1일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중심으로 과학계가 제시하는 진단을 살펴봤다. 정화 과정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우려를 접했고, 과학적 사실은 사회적 통념과 다르다는 지적을 마주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신뢰하는 이들은 오염수가 우리의 안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오염수를 둘러싼 변수들이 완벽히 관리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과학자들은 말했다.

처리수라 안전하다?

시민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도쿄전력의 정화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ALPS로 오염수를 정화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탄소14 제외) 농도를 일본 자체 규제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 도쿄전력의 약속은 이렇게 충분히 정화된 ‘처리수(treated water)’만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계획은 ALPS 시스템이 완벽히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오염수 중 ALPS를 거친 양은 131만t(지난 19일 기준)인데, 이 중 처리수는 32%에 머문다. 나머지 68%에서는 ALPS를 거친 뒤에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와 다름없는 이 물을 ‘처리도상수(water to be-purified)’라 구분해 부른다.

도쿄전력은 “처리도상수를 ALPS로 재처리해 방류하면 된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과정을 검증 중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는 IAEA가 회수해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 실험실로 보내 분석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걸 지금도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쿄전력 스스로가 오염수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 자문단은 2021년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은 오염수를 분석해 최근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오염수 표본조사 때 대부분 9개 방사성 핵종(방사능물질을 이루는 원자핵의 종류)만 검사했다. 자문단은 도쿄전력이 총 64개 중 55개 핵종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고준위 슬러지(찌꺼기) 폐기물 농도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다고 의심한다.

280일이면 우리 해역 온다?


2021년 말 중국 칭화대 연구진의 확산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280일 뒤 남해안에 도달한다”고 알려졌었다. 다만 이는 자연 상태의 1000만분의 1 수준인,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농도의 방사성 물질까지 계산에 넣은 오류에 가깝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해류학자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 전후 소개된 적잖은 연구 결과 속에 ‘시각적 효과’가 담겼다고 지적했다.

유의미하고 관측 가능한 수준의 삼중수소 등이 방류 1년 내 우리 해역에 닿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학계는 본다. 정경태 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은 삼중수소 농도가 0.001Bq/㎥인 후쿠시마 해수의 경우 5년쯤 뒤 우리 해역에 닿는다고 예측했다. 이는 자연 상태의 바닷물 농도(60~100Bq/㎥)의 5만분의 1 또는 10만분의 1 수준이다.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우리 해역에 맞는 시뮬레이션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모델을 개발해 왔고 곧 결과를 제시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는 현재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들이 비중 있게 연구되지 않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오염수가 어디로 가느냐 묻는다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고기 먹으면 안된다?

일본이 밝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점이 다가오면서 국내 수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자갈치 시장 매대에 오른 수산물. 부산=이한형 기자

식물 플랑크톤과 동물 플랑크톤, 물고기, 인간으로 이르는 먹이사슬을 따라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실제 지난해 1월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기준치의 14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현재까진 매우 드문 사례다.

매우 드물다는 것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공학과 교수는 “해류는 오염수를 수년에 걸쳐서 우리 바다에 옮겨 놓지만,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을 축적한 물고기가 수출입될 수 있고, 후쿠시마 해수가 향하는 원양에서 참치가 어획된다는 건 단언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오염수의 해양 생태계 영향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여전히 강력하다. IAEA의 검증으로 오염수에 담긴 방사성 물질이 미미함이 확인되면, 바닷물 희석 효과까지 고려한 어류에의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앞으로 배출할 방사성 물질 총량이 자정 능력을 밑돈다는 진단도 있다.

일본 수산청은 원전 사고 직후 “해수 중에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희석·확산해 농도가 줄어들며, 먹이연쇄를 통해 물고기 체내에 거의 축적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 안내가 모든 여론을 희석한 것은 아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생태계에 농축되는 방사성 물질 피해를 연구하려면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승인한 것은 2021년 4월이다. 모든 근거 자료를 일본이 틀어쥔 상태에서 학계의 판단은 2년 가까이 낙관과 비관으로 엇갈렸다. 과학자들은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자료를 분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자들은 “앞으로 원전 사고가 또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슈&탐사팀 이택현 정진영 박장군 이경원 기자 alley@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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