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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네 발] 중성화한 길고양이가 새끼 낳은 이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길고양이 TNR(중성화사업)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해

TNR된 길고양이의 모습. 왼쪽 귀 끄트머리가 잘려 있다.

지난달 5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한 길고양이의 출산 장면이 포착됐다. 왼쪽 귀 끄트머리가 5㎜ 잘린 채였다. 이는 중성화된 길고양이임을 뜻하는데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한 길고양이가 출산한다는 건 중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고양이를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서 조회한 결과 중성화된 수컷으로 기재돼 있었다. 중성화 수술도 하지 않고 거짓 보고를 한 셈이다.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이런 허위 보고 문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술 기록과 성별이 다르거나 아예 고양이 종류가 다른 경우가 한 곳 병원에서 발견된 것만 스무여 건에 달한다. 해당 병원에선 지난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500여 마리 진행했고 하남시로부터 1억원 가까운 보조금을 받았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은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생(Return)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세 단계 앞글자를 따서 ‘TNR’이라 부른다. 지자체에 시민이 중성화를 요청하면 포획업자가 현장에서 고양이를 포획해 TNR 지정병원으로 이송한다. 수술 뒤 수컷은 24시간, 암컷은 72시간 입원한 후 포획업자가 다시 방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에 관련한 사항을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2021-88호)으로 고시한다. 해당 고시에 따르면 중성화사업을 시행하는 자는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개체관리카드에 모든 과정을 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앞서 나온 동물보호 관리시스템 홈페이지인 것이다.

공고번호 '서울-중구-2022-00499'의 포획사진 (왼쪽)과 방사사진 (오른쪽). 출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도심 속 네 발에서도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들여다 봤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초등학교 인근에서 포획된 고양이(공고번호 서울-중구-2022-00499)의 포획 사진과 방사 사진 모습이 고양이의 털빛까지 다른 것을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유 중인 개체 (왼쪽)과 수유 중이 아닌 개체(오른쪽)을 비교한 사진. 출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TNR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는 또 있다. 고시에 따르면 몸무게가 2㎏ 미만이거나 수태, 포유가 확인된 개체는 수술하지 않고 방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1월 25일 서울 중구 필동 인근에서 포획된 개체(공고번호 서울-중구-2022-00559)는 포유 중임에도 수술 후 방사됐다. 해당 개체는 불어난 유방을 통해 포유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TNR 사업은 점점 전국적으로 확대돼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대한 지자체 수요’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총 8만5500마리가 TNR될 것으로 밝혀졌다.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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