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대란’ 설 연휴에 전기차 장거리 주행해보니…

아이오닉6 시승기

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6. 이용상 기자

올해 설에는 전기차 충전 대란이 벌어진다는 관측이 많았다. 최근 급증한 전기차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으로 맞는 설 연휴에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전기차를 끌고 도로로 나오는 건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설 당일인 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의 첫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를 타고 서울 구로구에서 충남 당진시와 그 주변까지 왕복 약 300㎞를 주행했다. 출발할 때 계기판에 찍힌 충전율은 77%, 주행 가능거리는 322㎞(에코 모드 적용)였다. 수치로는 주행 가능했지만, 혹시나 갑자기 도로에서 멈추지 않을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오닉6의 외관을 보자마자 떠오른 자동차가 있었다. 포르쉐 911과 현대차 투스카니. 둘 다 스포츠카다. 아이오닉6는 매끈한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런 형태는 공기저항을 줄여준다. 스포츠카는 빠른 속도를 위해 이런 모습을 갖추지만, 아이오닉6는 주행 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 호불호는 엇갈린다. 다만 내연기관차를 통틀어 사전계약 첫 날에 신기록(3만7446대)을 달성했다는 걸 고려하면 관심끌기에 성공한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6. 이용상 기자

차키로 문을 열자 전·후면부에 있는 픽셀이 순차적으로 켜지며 반겨줬다. 운전석에 앉았다. 겉만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내부 공간이 컸다. 실내 크기에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가 2995㎜로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펠리세이드(2900㎜)보다도 길어서다. 천장은 낮은 편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중앙 앰비언트 라이트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회색의 내부공간을 문에 있는 보라색 무드등이 비추며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변속레버는 운전대 오른쪽에 있었다. ‘D’로 옮기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가 물 위에 떠있는 요트처럼 조용히 전진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바로 속도가 붙었다. 최고출력 239㎾, 최대토크 605Nm의 성능을 갖췄다.

‘윙’하는 소리가 났다. 주행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가상 사운드다. 가속페달에서 살짝만 발을 떼도 속도는 빠르게 줄었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하다면 어지러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조수석 동승자는 별 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차고가 낮은 덕분인지 ‘착’ 깔려서 도로를 움켜쥐고 질주하는 맛이 있었다.

사이드미러는 차량 내부에 있다. 운전을 하다가 시선을 멀리 돌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창문 밖을 먼저 향했다.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버튼도 문이 아니라 중앙 콘솔에 위치해 있다. 문은 깔끔했지만 창문을 여닫을 때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려야하는 건 불편했다. 주행 모드를 ‘노멀’ ‘스포츠’로 바꾸자 주행 가능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운전대 가운데에 찍힌 4개의 점 색깔이 바뀌었다.

전기차의 히터를 켜자 주행 가능거리가 115㎞에서 101㎞로 줄어드는 모습. 이용상 기자

시승을 한 날에는 최강 한파가 닥쳤다.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다 히터를 켰다. 주행 가능거리가 115㎞에서 101㎞로 확 감소했다. 나이 든 사람이 동석한 상황이라 히터를 끌 수도 없었다. 도로에서 갑자기 멈출까봐 심장이 쫄깃해졌다. 결과적으로 추가 충전 없이 주행을 마쳤지만, 추운 겨울에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의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했다.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낮은 과일상자 크기의 짐을 4개 정도 실었는데 여유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통풍·열선시트, 운전대 열선을 작동하는 물리버튼이 없어 터치를 여러 단계 거쳐야하는 점도 아쉽다. 가격은 5200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 혜택 적용 후)부터 시작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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