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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3연패로는 꺾이지 않는 킹겐의 마음

한화생명 ‘킹겐’ 황성훈 인터뷰


한화생명e스포츠 ‘킹겐’ 황성훈이 3연패에서 탈출한 소감을 밝혔다.

한화생명은 2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3주 차 경기에서 T1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3연패에서 탈출한 이들은 2승3패(-1)가 됐다. 순위표에선 7위 자리에 머물렀다.

T1 상대로 두 번 연속 웃은 황성훈이다. 황성훈은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 이어 다시 한번 T1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오늘은 내가 T1 상대로 유독 강해서 이긴 것이 아니고, 한화생명이 한화생명답게 게임을 해서 이긴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T1에 역전승을 거뒀다. 무엇에 초점을 두고 오늘 경기를 준비했나.
“팀원들끼리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과했던 건지, ‘게임을 후반으로 끌고 가면 이길 수 있으니 천천히 하자’는 생각을 필요 이상으로 해왔다. 패배했던 경기들을 보면 우리는 ‘트라이’의 횟수가 현저히 적었다. 굳이 무언가를 하려 들지 않아도 후반 밸류에서 앞서니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독이 됐다고 판단했다.
모든 플레이에는 리스크와 리턴이 있다. 아무리 로우 리스크라고 해도 자그마한 위험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T1은 그 분야에 강점이 있는 팀 아닌가. 그런 팀 상대로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오늘의 승리 키워드는 과감함이었다. 과감함의 대결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경기에 앞서 양 팀의 우열을 가린다. 하지만 나는 단순하게 우리 팀과 상대 팀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맡은 역할만 잘 해내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갖고서 경기를 준비했다. 지난 젠지전에서도 그 편린이 조금 보였다. 오늘 1세트를 많이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뒷심을 보여드리지 않았나. 2·3세트 땐 깔끔한 경기력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1세트 라인전 시작 직후 ‘제우스’ 최우제에게 솔로 킬을 당했다.
“사실 크산테 대 제이스 구도를 많이 연습해보지 못했다. 변명하자면, 크산테가 ‘엔토포 타격(Q)’을 쿨 타임마다 사용하면 제이스와 함께 2레벨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게 문제였다. 막상 라인전을 하다 보니 제이스가 먼저 2레벨을 찍을 것 같더라. 어설프게 라인을 건드리면 라인이 더 늦게 박힐 것 같아서 2레벨에 제이스의 진입을 허용했는데 거기서 ‘원콤’이 날 줄은 몰랐다. ‘체력차 극복’ 룬이 정말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아마 그때 솔로 킬을 당하지 않았어도 이후에 다이브 압박을 받았을 거다. 명백하게 내 실수다.”

-2세트 땐 시그니처 챔피언인 오른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대가 먼저 4픽으로 레넥톤을 뽑아서 나는 무조건 탱커 챔피언을 고르려고 했다. 레넥톤 대 오른은 전통의 구도여서 잘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이 구도에서 져본 적이 거의 없는 거로 기억한다. 상대 딜러가 뚜벅이인 드레이븐이어서 오른 픽이 효과적이기도 했다.”

-내셔 남작 둥지 앞에서 상대 3인을 공중에 띄운 플레이가 인상 깊었다.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슈퍼 플레이지만, 나는 어떤 탑라이너가 마우스를 잡았어도 그 상황에선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상대를 그렇게 내셔 남작 둥지 구석으로 몰아넣기 까지의 과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트 때 회심의 픽 사이온을 선보였다.
“마지막 세트 역시 바텀이 핵심 라인이었고, 바텀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사이온은 바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챔피언이다. 최근에 패치를 받아서 라인전에 강점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연습 과정에서 몇 차례 사용해봤는데 좋은 그림이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다른 팀들도 많이 쓸 것 같다. 오늘 나만 알고 있던 보물지도를 공개한 느낌이다.”

-크산테를 고른 최우제 상대로 라인전에서 웃었다.
“라인전을 잘한 건 ‘클리드’ 김태민 덕분이다. 그가 첫 드래곤을 사냥해준 게 컸다. 바다 드래곤은 챔피언의 최대 체력에 비례하는 회복력을 가져다준다. 사이온과 궁합이 좋다. 3초당 체력이 50씩 회복되더라. 챔피언끼리의 구도만 놓고 본다면 ‘철거’ 룬의 효과를 잘 활용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포탑 방패를 1개밖에 내주지 않았으니 사이온도 충분히 좋은 면이 있다.”

-연습 과정이 훌륭했음에도 3연패를 당해 스트레스가 심했을 듯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부진의 원인을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가 없어서 막연하단 느낌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젠지전 다음날 첫 스크림에서 또 무기력하게 패배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손대영 총감독님께서 연습실에 오셔서 연설을 하시고, 팀원들에게 ‘전방에 3초간 함성 발사’를 시키셨다. 소리를 지르니 가슴에 있던 응어리가 내려가더라.”

-손 감독이 연습실에서 어떤 얘기를 했나.
“팀원들이 하나같이 줏대가 있는 타입이다. 그래서 오더를 하다 보면 의견이 갈릴 때가 있었다. 팀원들이 오더를 한 쪽으로 통일하고, 게임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이후부터는 확실히 우리 페이스대로 게임을 끌고 나갈 수 있게 됐다.”

-T1 상대로 유독 강하다는 평가에 동의하나.
“최근 데이터로는 T1전 2연승이지만, 나는 지난 롤드컵 결승전과 오늘 경기 외에는 T1을 이겨본 기억이 없다. 만약 이번 정규 리그 2라운드에도 T1을 잡는다면 그런 평가에 동의하겠다. 오늘은 내가 T1에 강해서가 아니라 한화생명이 한화생명답게 게임을 해서 이겼다.”

-오늘 승리로부터 배운 점이 있다면.
“양 쪽의 네임 밸류를 신경 쓰지 않고서, 그저 우리 팀 대 상대 팀으로만 보고 붙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런 자세로 맡은 임무들만 수행해낸다면 우리는 누구든 이길 수 있다. 그렇게만 하면 결승전에 진출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팬분들, 그동안 팀이 지는 걸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승리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해소되셨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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