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뷰] 尹心, 안철수에게 멀어진 4가지 장면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방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심’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차갑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은 대통령께서 ‘윤심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대통령 뜻이 자기에게 있다고 이야기한 분이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 뜻과 그건 반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윤심’을 언급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을 공격한 것이었다.

尹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 잘 아나” 반어법 쓰며 비판

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반복되자 윤 대통령은 불만 섞인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안 의원에 대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나와 밥 한 번 안 먹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을 잘 아나”라고 반어법을 쓰며 비판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국민의힘 1호 당원인 내 생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나를 팔고 다니는 것 아닌가”라고 안 의원을 향해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의원의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

안 의원은 자신을 공격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발언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자 “그런 스태프가 있다면 저는 대통령께서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3일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안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4일 “얼마 전까지는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의원이 최근 윤 대통령은 직접 겨냥하지 않고,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친윤계 의원들을 공격하면서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대통령이 무능한 참모들을 곁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안 의원 입장에서는 에둘러 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에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9일 치러졌던 대선 이후 거의 11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안 의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두 사람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안 의원 간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여권 핵심인사들은 ‘윤심’이 안 의원에게 멀어진 것과 관련해 4가지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불만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불신의 단계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 측에 설명을 요청했다.

안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너무 많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단합과 화합으로 가야 할 ‘전당대회’가 대통령실의 과도한 개입으로 ‘분당대회’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면서 “국민의힘이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경우 내년 총선 패배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① “安, 국무총리·경기지사 출마·복지부 장관 제안 다 거부”

윤 대통령은 지난해 3·9 대선에서 승리한 나흘 뒤, 안 의원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내각 인선을 꾸리기 전에, 안 의원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했다고 한다.

안 의원이 국무총리직을 고사했고, 한덕수 총리가 기용됐다.

인선 작업에 관여했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총리 자리를 비워놓고, 안 의원의 대답을 기다리는 예우를 했다”면서 “안 의원이 총리직을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고, 그때부터 총리 인선작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이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이 같은 뜻을 안 의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의원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를 택했고, 무난하게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장관 인선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부처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였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호영 후보자에 이어 김승희 후보자까지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다. 특정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두 번 연속 낙마한 것은 처음이라 충격파가 컸다.

고민이 깊던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의사 출신의 안 의원이 당시 위기에 빠졌던 보건복지부를 구할 ‘구원투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안 의원이 성공적으로 복지부 장관을 마칠 경우 교육부 장관 자리를 연이어 맡겨 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교육개혁과 관련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주장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복지부 장관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주장을 따를 경우 안 의원은 세 번 연속 윤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솔직히 공동정부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안 의원에게 있는 것 아니냐”면서 “안 의원이 국정의 중요한 자리나,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꼭 필요했던 자리는 다 고사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 자리들을 거부하고, 편한 지역구에서 3선을 택하는 안 의원의 결정을 보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서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인사 부분에 대해 가장 거세게 반박했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너무나도 틀린 사실이 많다”면서 “진실공방으로 흘러서는 안 되겠지만,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당시 안철수 의원. 인수위사진기자단

② “인수위원장 당시 결근…의견 다를 경우 또 ‘보이콧’할 건가”

이철규 박수영 의원 등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대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안철수 대표 체제가 등장했을 경우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4월 14일, 당시 인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던 안 의원은 이날 하루를 보이콧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안철수가 가출했다”고 비판하는 날이다.

하루 전날인 지난해 4월 13일 윤 대통령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수위원장이었지만, 사전에 인선 정보를 받지 못했던 안 의원은 그 다음날인 14일 일정을 취소했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공동정부라고 말만 해놓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이 내각에 들어가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인수위원장 보이콧’은 당일 저녁, 윤 당시 당선인과의 만찬을 통해 24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상황이 다시 논란을 빚자 안 의원은 2일 “인사에 관련돼서 반나절 정도 서로 거기에 대해서 따로 생각을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날 저녁에 함께 (윤 당시 당선인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합의하고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24시간 결근’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당시 느꼈던 충격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공천 갈등을 빚자 당대표 직인을 들고 지역구 부산으로 내려갔던 이른바 ‘옥쇄 파동’을 연상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친윤계 재선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이 걸려있는 선거”라며 “안 의원이 만약에 국민의힘 당대표가 돼서 또다시 결근이나 보이콧·잠적을 할 경우 그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해 8월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③ “‘이준석 파동’ 때 미국행…安, 그때 도왔더라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8일 이준석 당시 대표가 ‘당원권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법원이 지난해 8월 26일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 내분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지난해 7월 30일 딸 안설희 박사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여권에서는 안 의원의 미국행과 관련해 국민의힘 혼란과 ‘거리두기용’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시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의 미국행은 한 달 전쯤 정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행과 관련해 민주당으로부터도 공격이 나오자 안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리운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국내 계신 분들과 소통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다른 재선 의원은 “안 의원이 그때 이 전 대표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윤 대통령을 조금이나마 도왔더라면, 지금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당내 분란 수습에 나서는 등 궂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안 의원의 갑작스러웠던 미국행이 ‘눈치보기식’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심팔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安, 공개적으로 다른 말…내부총질과 뭐가 다른가”

윤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로 ‘이준석 트라우마’를 꼽는 여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준석 대표 시절, 야당도 아닌 여당이 정부와 반목했던 것은 당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과 뜻이 맞는 여당 대표가 나오기를 내심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안 의원은 부담스럽다는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 의원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면서 이 장관 문제가 정쟁거리가 돼 버렸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이 장관 거취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아무런 준비가 없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절차를 마무리한 뒤 정무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었다”면서 “그러나 안 의원이 참사 나흘 뒤였던 지난해 11월 2일 윤희근 경찰청장의 즉각적인 경질과 이 장관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실의 스텝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 의원 정도의 정치적 파워를 가진 여당 의원이라면, 물밑에서 이 장관 거취 문제를 대통령실과 논의할 수 있는 분인데,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정부를 궁지에 모는 것이 내부총질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못 되면 윤석열정부는 ‘5년 식물 정부’ 내지는 5년도 못 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괜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있다.

친윤계 초선의원은 “윤석열정부가 ‘5년도 못 갈 것’이라는 말은 도대체 탄핵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상황을 기대한다는 뜻인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아무리 전당대회를 앞두고 표가 급하다지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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