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사건 파문… 미, 잔해 수거해 의도 분석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은 최고조로 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다루기 위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을 앞두고 불거진 것이어서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정찰풍선을 ‘미국 본토의 전략적 장소를 감시하기 위해 중국이 사용한 열기구’라고 표현했다. 기상관측용 민간 기구라는 중국 해명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군 관계자도 “정찰풍선은 미 본토에서 경로를 수정하며 이동했다”며 “경로 조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수로 경로를 이탈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미 방산업체 노스럽 그루먼의 스텔스 전투기 설계팀 아트 톰슨은 정찰풍선에 대해 “태양광 전지판과 제어 패널, 낙하산 시스템 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무선 신호를 통해 고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통신 신호 등을 수집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정찰풍선의 경우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도달 범위가 매우 길다”며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존 페라리 수석연구원도 “기구가 미 영공을 비행했다는 사실 자체는 미국의 위협 감지 능력을 시험하는 용도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방공망 허점을 찾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고고도 첩보 위성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저주파 라디오 주파수를 탐지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지난 5년 동안 하와이에 있는 민감한 미국 시설 등 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중국 정찰 기구가 여러 차례 목격됐다”며 “고고도 풍선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저비용 플랫폼 역할을 하며, 일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찰풍선 잔해를 연방수사국(FBI)로 보내 탑재 장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의 감시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민감한 시기 이를 왜 의도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CNN은 미국의 감지 능력에 대해 “지난해 11월 27일 중국의 창정2D 로켓의 정확한 발사를 추적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초 정찰풍선이 알래스카의 미국 영공을 통과하기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당국에 포착되려는 목적으로 풍선을 보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는 BBC방송에 “풍선은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문제윤리위원회의 아서 홀란드 미셸 연구원도 “미국에 포착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다. 중국이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미·중 관계는 한동안 확실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했다”며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포기할 구실을 찾고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미·중 대화가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NYT는 “중국 관리들은 시진핑 주석이 경제를 악화시킨 코로나 제로 정책 종료 이후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중국의 재개방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순간으로 기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은 코로나19 제로 정책 폐기와 외국 투자자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테러리즘 정책 보좌 업무를 맡았던 잭 쿠퍼 AEI 선임연구원은 “이번 폭로는 중국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향후 중국을 방문할 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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