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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로 돌아온 조성진 “코로나 기간 가슴에 와닿았어요”

6번째 정규 앨범 발매… “역대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연습”

6번째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c)Deutsche Grammophon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공연 일정이 모두 취소돼 집에서만 보내야만 했을 때 많이 불안했어요. 그때 다양한 악보를 쳐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가슴에 와닿았던 헨델을 녹음해보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새로운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2021년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에서 발매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에 이은 6번째 정규 앨범이다. 고전을 주로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바로크 시대의 헨델을 선택한 것이 이채롭다. 조성진은 4일 독일 베를린에서 국내 언론과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역대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바로크 음악은 손에 붙어 자신감이 생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음악 같아요. 작년 2월엔 투어가 취소돼 한 달간 집에 있을 때 하루에 7~8시간씩 연습했어요.”

‘헨델 프로젝트’ 음반에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권 중에서 조성진이 가장 아끼는 세 곡과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담겼다. 바로크 시대를 다루면서 많이 알려진 바흐가 아니라 헨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조성진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6번째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 표지. (c)Deutsche Grammophon

“사실 바흐는 아직 녹음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어요. 바흐는 좀 더 지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은 조금 더 멜로딕한 면이 있죠,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제겐 헨델이 조금 더 쉽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연습하면서 헨델도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또한, 하프시코드로 쓰인 원곡을 어떻게 현대 피아노로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은 ‘K-클래식’을 대표하는 연주자가 됐다. 최근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조성진에게는 K-클래식의 비결을 묻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1년 전부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관심을 피부로 느낍니다. 외국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한국인들이 (콩쿠르에서) 너무 잘하는데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원래부터 잘한다’고 답하곤 해요. 저는 유럽의 음악가들보다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클래식은 아무래도 유럽 음악인 데다 유럽 시장이 중심이기에 동양인 연주자를 아직도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어색함을 없애려면 더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조성진은 이날 “콩쿠르를 좋아하지 않지만 콩쿠르 출전을 반대하는 의견에는 반대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연주자들은 왜 그렇게 콩쿠르에 많이 나가느냐고 묻는데, 콩쿠르 외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콩쿠르 우승은 인지도를 높이고 연주 기회를 얻으면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라고 설명했다.

6번째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c)Deutsche Grammophon

30살을 바라보는 조성진은 콘서트 플레이어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 러시아 연주자 대타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 것은 그에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연주한 지 3년 정도 된 곡을 하루 밤새 연습했습니다. 미국에 가면서도 코로나19 양성이 나올까 봐 불안했고요. 솔직히 당시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공연이 끝나자마자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과 포옹했을 때 ‘무사히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동이 몰려왔어요.”

조성진은 이날 인기와 명성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이 과거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추락할까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BTS 급이 아니라서 이런 고민은 거만한 것 같다. 나는 추락이 아니라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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