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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3] ESG경영을 통한 십일조 정신의 실천 사례 ① 유일한


성경에 나타나는 십일조의 정신은 우리 삶과 우리의 소유물이 온전하게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의 결과가 아니며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 고백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신약시대로 들어오면서 십일조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통한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이라는 계명을 실천하기 위한 자원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신학적 정당성이 유지된다. 거룩하고 은혜로운 예배, 공동체 안에서 교제와 기쁨을 함께하고 교회의 공적영역인 정의와 자비,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십일조 정신이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를 어떤 자세와 방법으로 이 세상에 적용하고, 벌어들인 소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님을 기쁘게 할 것인가가 십일조 정신의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십일조 정신은 마태복음 25장에 등장하는 달란트 비유와도 연결될 수 있다. 달란트 비유에는 주인에게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그리고 한 달란트 받은 자가 등장한다. 주인이 돌아와 맡긴 돈에 대한 결산을 하게 되는데, 24~25절에 보면 한 달란트 받았던 자는 “주인이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두려워하여 나가서 당신의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두었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보고에 대해 26절에 주인은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며 책망한다.

이 달란트의 비유는 크리스천 경영자가 이 세상에서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고, 만들어낸 이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을 준다. 마태복음 25장 16~17절에 보면, 첫 두 종은 돈을 받자마자 “바로 가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나온다. 이 말씀은 평소에 주인이 어떤 분이고 그가 달란트를 맡긴 뜻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가서 장사할 수 있었으며 이 종들은 평소에 장사, 즉 자신이 맡은 자원을 이용해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며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지기의 의무는 주인의 뜻에 따라 각자가 가진 재능과 환경의 차이, 그리고 주어진 책임의 크기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크리스천 경영자에게 적용해 본다면, 크리스천 경영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달란트를 이용해 이 땅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진정성 있게 수행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지기 정신을 소홀하게 생각했던 세 번째 종은 땅에 파묻어 두었던 한 달란트마저 다시 빼앗기고 어둠 속에서 저주를 받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경영자 중에도 ESG경영의 핵심 철학인 ‘지속가능’하며 선한 이웃사랑의 정신을 지혜롭게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경영학에서 ‘지속가능하다’는 의미는 기업경영을 통해 창출한 재무적 부가가치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기업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진정성 있고 지속적으로 환경적, 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 있고 지속가능한 ESG경영을 시대를 앞서 실천했던 경영자가 있는데, 바로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이다. 유일한은 어려서 부모를 따라 평양 장대현교회에 출석하고 주일학교에 나가 신앙 가운데 성장했다. 사무엘 마펫 선교사의 설교와 이승만 등의 시국 강연을 통해 감명을 받은 아버지 유기연은 만9세에 불과했던 장남 유일한(당시 이름 일형)을 미국으로 보낼 결심을 하게 된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 네브래스카주 커니시에 정착하게 된 유일한은 남부침례교회의 독실한 신도인 터프트 부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청교도적 가치관 아래 청소년기를 보내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유일한은 당시 북간도에 살면서 재정적으로 어렵던 부모님을 돕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아 보내드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대출금 상환을 하는 등 가족애와 개척자 정신을 일찍부터 실천한다.

유일한은 대학을 다니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중국 상품을 수입하여 방학 기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유일한은 라초이라는 식료품 기업과 류한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내 한인들과 서재필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오랜 미국 생활 후인 1927년 한국에 돌아온 유일한은 유한양행 경영에 나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조차 없던 당시에 유일한은 기업활동을 통해 민중보건운동을 통한 공익 기여, 인재양성, 사회환원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오늘날 ESG경영의 두 번째 요소인 사회가치(social value) 경영 정신과 일치한다.

유한양행 설립 당시 일제는 기독교를 식민통치에 방해되는 사상으로 보고 탄압하던 상황에서 유일한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ESG경영을 진정성 있고 지혜롭게 수행한 것이다. 유일한의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경영은 해방 후에도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하며 기업을 성장시켜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는 ESG 정신으로 이어진다.

기독교의 ‘이웃사랑’ 계명을 사회적 가치경영과 연결시킨 유일한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ESG경영의 세 번째 축인 지배구조(governance)의 혁신을 실천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1936년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으며,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국민과 나누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최초로 1962년에 주식을 상장했다. 과장 광고를 철저히 배격하고 이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신제품이라도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포기했다. 또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과 일치한다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기꺼이 헐값에 국가에 매각했다. 반면 특혜를 염두에 둔 정치자금 제공은 철저하게 배격하여 정치권의 미움을 감수하기도 했다. ESG의 윤리경영과 정도(正道)경영을 실천한 것이다.

유일한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재물을 지혜롭게 관리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평생을 바친 선량한 청지기였다. 그의 청교도적 이웃사랑 정신은 유한재단과 학교법인 유한학원을 통한 사회공헌, 연세대학교, 펄벅재단 등 사회 공익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실천되었다. 1920년대 한국 기업 역사를 시작한 독보적인 1세대 경영자로서 유일한은 1971년 별세할 때까지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진정한 십일조 정신과 접목시켜 실현한 한국의 위대한 경영자이다. (다음 회, ESG경영을 통한 십일조 정신의 실천 사례 ②)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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