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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 “뮤지컬에서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가수, 뮤지컬 배우, 요식업 CEO로 각광… 현재 뮤지컬 ‘루드윅’에 출연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에 출연 중인 테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로서 즐거움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연습’이에요. 연습할 때 열정적인 배우들을 만나면 정말 자극이 되거든요. 또 뮤지컬은 라이브인 만큼 매 공연이 연습 같기도 하고요.”

2004년 가수로 데뷔해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긴 테이(40·김호경)는 뮤지컬 배우로 올해 12년 차가 됐다. 2012년 창작 뮤지컬 ‘셜록 홈스-앤더슨가의 비밀’로 데뷔한 이후 2013년을 빼곤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해 왔다. 현재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3월 12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 출연 중인 그는 최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뮤지컬은 가수나 사업(요식업 운영)만큼 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뮤지컬에서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뮤지컬은 더 써 내려갈 페이지가 많은 연습장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극작가 겸 연출가 추정화와 작곡가 겸 음악감독 허수현이 2018년 첫선을 보인 ‘루드윅’은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삶을 유년기와 청년기, 노년기의 세 인물을 통해 다룬 작품이다. 시기마다 베토벤에게 큰 고통을 안긴 사건, 즉 아버지의 학대, 청력 상실, 조카 양육권 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렸다. 테이는 노년의 베토벤 역으로 세 시즌째 출연 중이다.

“30대 중반에 ‘루드윅’ 오디션을 봤을 때 청년 베토벤 역으로 지원했어요. 그런데, 노년 역을 맡게 돼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았었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노년의 베토벤이 제 몸에 점점 맞아가고 있거든요.”

테이가 출연 중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한 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그는 ‘루드윅’에 대해 “빡세기로 유명한 추정화 연출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빡세다. 하지만 다른 뮤지컬을 하면서도 그리워했던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귀가 먼 노년의 베토벤은 조카인 카를에게 음악을 강요하는 등 집착을 보이다가 카를이 자살시도를 하는 비극을 마주하고 나서야 진정한 사랑과 음악에 대해 깨닫는다. 테이는 “베토벤처럼 위대한 경지에 오른 사람일지라도 인간은 언제나 고민하고 깨달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고 피력했다.

그는 베토벤을 연기하기 위해 그동안 베토벤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으며 공부했다. 그러면서 베토벤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역할에 몰두할 수 있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배역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가 더 높아지면서 공연이 더 신나고 재밌어졌단다.

“베토벤에 비해 저는 소박한 음악가에 불과하지만, 음악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의 모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힘들고 행복한 순간에도 다 음악이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음악으로 고통을 극복하는 베토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20년은 더 노년의 베토벤을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청약 저축을 넣어둔 기분이 듭니다.”

특히 베토벤이 조카 카를을 사랑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장면은 테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를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는 “나는 완전한 경상도 노동자 집안 출신이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심지어 아버지랑 대화다운 대화를 한 것도 중학교 때가 처음일 정도다. 그래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소통이 안 되는 결핍에 대해서 알게 됐다. 베토벤이 어릴 때 겪은 결핍을 노년이 돼서 표현하려고 할 때 드러나는 이질감을 내 경험 안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경우 지금은 아버지에게 사랑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도 쑥스러워하시면서도 좋아한다. 나는 표현을 잘하는 루드윅이다”고 웃었다.

테이가 출연 중인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의 한 장면.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올겨울 공교롭게도 베토벤을 다룬 또 다른 창작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국내에 비엔나 뮤지컬 붐을 일으킨 미하엘 쿤체-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만든 작품으로 베토벤의 사랑을 담았다. 소위 베토벤이 가장 사랑한 ‘불멸의 연인’을 다룬 데다 박효신 박은태 카이 옥주현 등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테이는 “‘루드윅’을 하면서 베토벤에 대한 사랑이 커졌다. 그래서 ‘베토벤’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루드윅’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을 소재로 한 만큼 잘 됐으면 한다”면서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다룬다는 것은 어떤 작품이든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이는 ‘대식가 먹방’으로도 주목받으며 한동안 예능인으로 각광받는가 하면 201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며 요식업 CEO로도 변신했다. 테이가 직접 만든 햄버거를 먹어 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권유로 시작한 햄버거 가게는 서울에 있는 매장 2곳에서 연 매출 10억 원을 넘길 정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이 밤의 끝을 잡으려 해’ ‘모놀로그’ 등 리메이크 음원을 잇달아 발표하며 ‘발라드 왕자’로 불렸던 가수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는 제가 도전하는 일 모두가 ‘부업’이 아닌 ‘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 큽니다. 뮤지컬의 경우엔 ‘헤드윅’ ‘라만차의 사나이’ ‘레베카’ 같은 작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제대로 연기하고 싶어요.”

욕심 많은 테이의 미래는 ‘연습장’처럼 아직도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이 남은 듯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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