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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배우’ 이하늬 “연기 위해 삶이라는 돌에 이끼가 끼는 10년 필요했다”

영화 ‘유령’서 항일 스파이 박차경 역
“출산 후 세상 보는 시각 넓어져”

영화 '유령'에서 박차경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하늬. CJ ENM 제공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이하늬는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했다. 쉬지 않고 달렸지만 하루 아침에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건 아니었다. 2019년 영화 ‘극한직업’이 1626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그는 ‘천만배우’가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항일 스파이 박차경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를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캐릭터가 1차원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감정을 쏟아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아주 깊게 누른다. 비집고 나올 수는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찰랑찰랑 채워진 슬픔을 쏟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연기하는 맛은 더 있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이켰다.

배우 이하늬. CJ ENM 제공

영화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이하늬를 염두에 두고 박차경이란 인물을 만들어냈다. “이하늬라는 점을 찍었더니 ‘유령’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하늬는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대본을 읽었고, 정말 연기해보고 싶었다”면서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작품이 운명적으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활동하시는 시기와 제가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 종과 횡이 잘 만났다”고 말했다.

배우 이하늬. CJ ENM 제공

이하늬는 지난해 6월 출산 후 워킹맘이 돼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하늬는 “아이를 낳고 편해진 부분도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한 사람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건 숨이 잘 안 쉬어질 정도로 어마무시한 일인 것 같다”며 “좋은 배우가 되는 데 있어서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삶을 똑바로,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그는 “예전부터 책임감이 많은 편이라 그만큼 죄책감도 컸다. 이제는 인간 이하늬한테도 숨통을 틔여주고 싶고, 상황은 선택할 수 없지만 감정은 긍정적으로 선택하고 싶다”며 “현장에선 함께 일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신나게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이를 보면서 경이롭고 감사하다고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하늬. CJ ENM 제공

1000만 관객 주연 배우가 된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하늬는 그런 수식어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30대 초반엔 ‘언제 인정받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과 갈증이 있었고, 한참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다가 슬럼프를 깊게 겪었다”면서 “‘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해서 배우로 불러주는 건 아니구나. 돌에 이끼가 끼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10년만 버티자’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하늬는 점점 더 시간과 경험의 힘을 믿게 됐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익어야 나오는 연기가 있고, 배우는 나이들수록 풍성해지는 직업인 것 같다. ‘천만배우’가 되면 독보적인 존재가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그런 관객 수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기적이다. 그런 걸 꿈꾸기보단 촬영장에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있다”고 이하늬는 말했다.

영화 '유령'에서 박차경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하늬. CJ ENM 제공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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