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튀르키예 생존자 ‘참혹한 버티기’…추위에 구조 난항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생존자들은 가족과 지인을 잃은 아픔과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다.

시리아 이들리브주에 사는 무하마드 하지 카두르는 지난 6일 새벽(현지시간) 지진 발생 직후 네 살 딸과 아내를 데리고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생존했다는 기쁨도 잠시 곧 참혹한 현장을 마주했다. 그가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글에 따르면 지진 직후 시리아 곳곳에서는 금속이 석재에 부딪히며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카두르는 “과거 시리아 정부의 공습으로 학살을 당했을 당시와 비슷한 피 냄새가 난다”며 “미사일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대신 다음 여진이 두려웠다”고 적었다.

12년 동안 내전을 겪은 시리아는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의 한 대원은 구조작업이 이틀째에 접어들었지만 상황은 비참하다고 밝혔다. 그는 NYT에 “이런 재앙이 닥치면 나라 전체가 마비되고, 모든 인적·재정 자원을 쏟아부어서 구조작업에 들어간다”며 “하지만 12년 동안 전쟁을 치르고 평화도, 안보도, 기반시설도 없는 국가는 어떻겠느냐”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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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은 차디찬 길바닥에 내몰려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BBC는 이날 밤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거처를 잃은 주민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추위를 견디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한 노파는 “아침이 올 때까지 여기에서 덜덜 떨고 있어야 한다”며 “춥고 축축한데 갈 데는 없고, 침대도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들리브의 의사 오사마 살로움은 NYT에 “병원 홀에는 시신이 쌓여 있고 매 순간 새 시신이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설과 영하의 기온에 직면한 상황이라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구조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일부에선 극적인 생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 트위터에는 한 남성이 건물 잔해 틈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아 구조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남성이 알몸 상태인 아기를 위해 담요를 던져주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공유한 파키스탄 기자는 “아기가 태어난 순간 아기 어머니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지진의 잔해 아래 있었다. 그녀는 아기가 태어난 후 사망했다”고 적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지진 속에 태어난 아기는 무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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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발생한 지 22시간 만에 구조된 여성도 화제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잔해 속에 얼굴이 파묻혀 몸만 밖으로 나온 상태였으나 구조물을 제거한 후 구조돼 극적으로 생존했다.

세계 각국은 지진 지역으로 구호대와 물자를 급파하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65개국에서 2600명 이상의 인력이 재해 지역으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담요 30만장과 텐트 4100여개도 배달됐다. 시리아와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도 인도적 지원을 결정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정부는 강진 피해가 발생한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가운데 6개 주(카라만마라슈·말라티야·아드야만·오스마니예·아다나·하타이)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해당 지역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튀르키예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대피하고, 여행 예정인 국민들은 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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