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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관파천때 고종이 러시아에 준 선물, 127년만에 공개

왼쪽부터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흑칠나전이층농', '백동향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외교 선물’의 일부가 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 오는 10일부터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특별 전시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고종이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선물 5점을 선보인다.

아관파천(1896~1897) 당시 러시아공사관에 머물던 고종이 러시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맞아 민영환을 전권공사로 파견해 전달한 외교선물의 일부다.

재단은 고종이 러시아에 보낸 선물은 총 17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크렘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흑칠나전이층농’ 1점,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총 5점이 공개된다.

‘발(簾)’, ‘등매석(登每席)’ 등 나머지 선물들은 현재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당시 사절단의 일원으로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 등을 통해 선물 목록 일부가 언급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현재 크렘린박물관 소장품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로 평가받는다.

현지에서 공개된 '흑칠나전이층농'.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특히 검은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띠는 ‘흑칠나전이층농’은 고종이 특명을 내려 당대 최고 나전 장인이 제작한 작품으로 추정돼 주목할 만한 유물로 꼽힌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 등에 전복 또는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오려 옻칠로 붙이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상하 2층으로 돼 있는 농은 아랫부분에 나전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이른바 십장생(十長生)을 표현해 새로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 유물은 재단이 2020∼2021년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해 의미가 있다. 100년 넘는 세월 속에 유물이 온전하게 복원되도록 돕고 전시로까지 이어지게 한 셈이다.

장승업 '고사인물도'. 왼쪽부터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왕희지관아도'(王羲之觀鵝圖),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 왼쪽 두 점이 이번 전시에 출품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이번에 공개되는 장승업의 그림은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이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서 연유된 일화를 표현했다.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하는데, 조선 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장승업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드문 대작이다.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과 만난다.

재단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였는데,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백동향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각각 사각과 원형으로 된 백동향로는 2010년 국내에서 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향로의 형태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는데 직선과 유려한 곡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각 향로에는 ‘향연’(香煙·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 둥근 향로에는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이라는 글자를 새겨 축하 의미도 더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9일 열린다. 현지 전시는 4월 1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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