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상회담’ 北 화보에 김대중·노무현 빠졌다

北, 선전용 화보서 김정일 정상회담 소개
역대 우리 정부와의 회담 내용 모두 빠져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 국민일보DB

북한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을 앞두고 그가 생전 만났던 해외 정상들을 정리하는 화보를 발간했다. 해외 주요 정상들과의 회담이 소개됐지만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일절 싣지 않았다.

1983년 6월 방중한 김정일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과 환담하는 모습.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출판물' 캡처, 연합뉴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대외 선전용 화보 ‘조선’ 2월호를 8일 공개했다. 이 화보에는 ‘희세의 정치원로, 만민의 흠모’라는 제목으로 김 전 위원장을 우상화하는 사진들이 소개됐다.

김 전 위원장이 1983년 방중했을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과 환담하는 모습 등이다. 2006년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출판물' 캡처, 연합뉴스

김정일 위원장이 1986년 3월 방북했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는 모습.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출판물' 캡처, 연합뉴스

이 외에도 2000년·2001년 연속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모습, 2002년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 장면, 1986년 방북했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난 모습도 실렸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 2001년 유럽연합(EU) 최고위급 대표단과 회견 사진도 게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의 회담 관련 내용은 일절 소개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2000년, 2007년에 각각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외국문출판사는 지난달 발간한 화보에서도 김 전 위원장이 미국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게 받은 사인볼까지 공개했지만 우리 정부와 주고받은 선물은 제외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10월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는 모습.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출판물' 캡처, 연합뉴스

북한의 출판물은 노동당의 강력한 선전·선동 수단이다. 출판 사업이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사적인 출판업 운영은 불가능하다. 외국문출판사를 비롯해 북한의 모든 출판사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의 중앙기관으로 분류된다.

북한 당국이 화보에서 역대 우리 정부와의 회담 내용을 제외한 것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한 흔적을 지워버리는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화보는 김 전 위원장의 회담 장면을 소개하며 “김정일 동지는 비범한 외교 지략으로 공화국의 자주권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셨다”고 칭송했다.

그러면서 “조선을 방문한 여러 나라의 당 및 국가수반들과 정계, 사회계 인사들, 대표단들을 만나시어 나라들 사이의 친선관계 발전과 쁠럭불가담(비동맹)운동의 강화 발전을 이뤄냈다”며 “반제자주 역량의 단결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진로를 환히 밝혀주셨다”고 치켜세웠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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