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딸 손 꼭 쥔 父… 지진 사흘째, 사망자 1만5천 넘었다

전문가, 구조 ‘골든타임’ 72시간

숨진 15세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아버지 메수트 한제르. AFP=연합뉴스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꼭 붙잡은 한 아버지의 사진이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사망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FP·로이터·AP·신화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까지 튀르키예 사망자 수가 1만2391명으로 집계됐다. 시리아의 경우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 설명을 종합하면 약 300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치면 양국의 희생자 수는 1만5000명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2015년 네팔 대지진(사망자 8831명)의 피해 규모도 이미 넘어섰다.

튀르키예 남부 광역 하타이 도심이 지진 발생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해 있다. AP=연합뉴스

AFP는 튀르키예 강진이 21세기 들어 8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지진으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7번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8500명)으로, 튀르키예 강진의 경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이 보도한 사진 한 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건물 잔해 사이로 나와 있는 작은 손을 붙잡고 있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는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 사는 메수트 한제르였다. 그는 오렌지색 점퍼를 입은 채 무너진 아파트 폐허 옆에 웅크리고 앉아 숨진 15세 딸 이르마크 한제르의 손을 쥐고 있었다.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던 이르마크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창문, 벽돌 등 잔해에 깔려 숨졌다. 통신은 이 아버지가 깊은 슬픔에 잠겨 거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외에도 피해 지역 곳곳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절규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한 구조대원이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 수색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구조 골든타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이후 72시간을 ‘마지노선’으로 본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의 자연재해 전문가인 스티븐 고드비 박사는 “생존율은 24시간 이내에는 74%에 이르지만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22%로 뚝 떨어진다”며 “닷새째 생존율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당국이 징수하는 지진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1999년 이후 걷힌 우리의 세금이 도대체 어디로 갔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FP는 튀르키예가 그간 지진세로만 총 880억 리라(약 5조9000억원)를 걷은 것으로 추정했다.

20년째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찾은 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와 공항에 문제가 있었지만 오늘 개선됐다”며 “아직 연료 공급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미흡한 지진 대응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튀르키예 당국은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는 등 여론 통제에 나섰다.

가장 큰 피해 지역 중 하나인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한 병원 건물 바깥에선 수십 구의 시신이 땅에 줄지어 있는 참혹한 광경도 목격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발견 후 5일 이내에 매장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래의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체, 지문은 채취한다고 AFAD는 설명했다.

7일(현지시간) 시리아 비스니아에서 한 가족이 강진 충격파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되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날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원국들에 의약품과 식량 지원을 권고했다면서 지원 물품이 알아사드 정권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국가는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이다. 카타르, 오만, 레바논, 이라크 등 인접 국가에서도 구호 물품이 속속 도착했으며 중국도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바삼 삽바그 주유엔 시리아대사는 “미국과 EU의 제재 때문에 많은 비행기와 화물 수송기가 시리아 공항에 착륙하기를 거부한다. 이 때문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려는 국가들도 수송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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