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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때려도 몰라…아동학대 사각지대 ‘홈스쿨링’

위치 확인되면 당국 추가조치 없어
빈소엔 과자·음료수만 덩그러니 놓여
생모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나” 오열

국민일보DB

온 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이 사실상 홈스쿨링 사각지대에서 상습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9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친부 A씨(39)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계모 B씨(4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아들 C군(12)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모 B씨는 지난 7일 C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선 학대와 사망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C군은 특히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아 교육당국이 집중관리하던 학생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 등으로 출석인증이 가능한 허용 일수 57일을 전부 사용했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12월 2일 관련 매뉴얼에 따라 B씨와 C군을 함께 상담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2차례에 걸쳐 A씨 부부와 유선 상담도 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각종 안내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C군의 위치가 확인된다는 이유로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웃주민들은 이미 C군 모습에서 이상징후를 느끼고 있었다. 이웃주민들은 “비쩍 마른 몸으로 혼자 분리수거를 하던 모습을 봤다” “한겨울에 얇은 옷만 입고 나온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사망 당시 C군의 몸무게는 또래 남학생 평균 46㎏에 한참 못 미치는 30㎏가량에 불과했다.

홈스쿨링 등으로 학교를 나오지 않는 미인정 결석처리 학생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상 놓친 부분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매뉴얼을 다시 꼼꼼히 검토하고 보강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온몸이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테라스에 8일 낙엽과 먼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국민일보DB

이날 인천시 남동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C군의 빈소가 차려졌다. 급하게 마련된 빈소에는 친어머니(34)를 비롯한 유족과 지인 5~6명만 쓸쓸히 자리를 지켰다.

환하게 웃는 C군의 영정 사진 앞에는 아이가 좋아했던 과자와 음료수들이 놓여 있었다. 친어머니는 전 남편 A씨와 이혼 후 C군을 찾아갈 때마다 매몰차게 거절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거듭 눈물을 삼켰다.

그는 “아들이 보고싶어 찾아가면 저들은 ‘네가 나타나면 아이가 피해를 본다’며 쫓아냈다”며 “어떻게든 아이를 데려왔어야 했다. 우리 아이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나요”라고 흐느꼈다. 그는 전남편 A씨와 2011년 결혼해 7년 만인 2018년 이혼했다.

친어머니는 한 언론사에 전달한 글을 통해 “엄마가 다 잘못한 거니 엄마를 용서하지 말라”면서 “피멍이 들어 주검이 된 너의 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내 아들의 모습으로 머지않아 하늘에서 보자”고 썼다. 유족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A씨 부부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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