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먹여 남편 살해한 아내…항소심도 ‘징역 30년’

아내 대출금 갚으며 성실히 살던 남편
내연남 두고 보험금 노린 아내가 살해

국민일보DB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30대 아내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신숙희)는 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7·여)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됐던 일부 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형량은 1심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물 등을 마시도록 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당일 출근하려는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를 마시게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8시쯤 B씨가 속이 좋지 않다며 식사를 거부하자 흰죽에 니코틴을 섞어 또 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후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A씨는 돌아온 B씨에게 오전 1시 20분∼2시 사이 또 니코틴 원액을 탄 물을 마시게 했다. A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남편에게 투여한 니코틴의 양은 치사량(3.7㎎)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B씨는 그날 아침 집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A씨가 남편에게 한 차례 니코틴 원액을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중독증상을 보이다 호전된 B씨가 아내가 만든 죽을 먹고 난 뒤 다시 통증을 호소한 점 등을 근거로 니코틴을 먹은 것이 한 번이 아닐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부검의 면담, 법의학자 자문 등 보완 수사를 거쳐 A씨의 범행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남편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대출금을 대신 변제하는 등 경제적으로 많이 도왔다”며 “가족 부양을 위해 다니던 직장 외 추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하게 생활해왔는데 피고인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남겨두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미숫가루와 흰죽의 경우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B씨가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피해자가 호소한 증상 등으로 봤을 때 니코틴 중독이 아닌 식중독 등일 수도 있다는 의료진·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죄의 근거로 작용했다.

다만 A씨가 살해할 목적으로 B씨에게 니코틴을 먹인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남편이 숨지기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다량의 액상 니코틴을 구매한 점,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는 B씨 몸에서 치사 농도의 니코틴이 검출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B씨가 퇴원한 뒤 니코틴이 포함된 물을 마시고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부검 결과 B씨 몸에서 주사 자국이나 니코틴 패치 부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음용 외에는 B씨가 니코틴 액상을 투약할 만한 다른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A씨의 범행 정황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친구와 직장 동료들의 진술,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 B씨의 숨지기 전 행적을 살펴봤을 때 그가 액상 니코틴을 스스로 음용하는 방법으로 자살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A씨는 이날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의 주문을 듣던 중 중형이 선고되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항소심 판결 전 구속 기간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말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