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72시간’ 지났다… 지진 사망자 1만9천명 넘겨

인명구조 골든타임 ‘72시간’ 넘겨
“무너진 건물 잔해에 최대 20만명 갇혀”
美 지질 조사국 “사망자 10만명 넘길 수도”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에 의해 구조된 어린이가 품에 안겨있다.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뒤흔든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일(현지시간) 1만9000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사망자수(1만8500명)를 상회하는 수치다. 인명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지진 사망자가 1만6170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AFAD는 지난 6일 발생한 규모 7.8과 7.5의 강진 외에도 1117건의 크고 작은 여진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치면 3162명에 달한다. 이로써 두 국가를 합친 사망자는 1만9332명이 됐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한 어린이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지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서만 최대 20만명의 국민들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국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흐메트는 “세계는 이런 재난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절망했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한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72시간이라고 말한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지진 생존자의 90% 이상이 72시간 이내에 구조됐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직전에 낸 보고서에서 10만명 이상일 가능성을 0%로 전망했지만, 이번 새 보고서에서 크게 상향했다. 사망자 수의 증가 가능성을 예상한 USGS 보고서는 이미 이틀을 넘긴 구조에서 ‘골든타임’이 줄어 매몰자들의 생환 확률도 낮아지는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골든타임이 지난 상황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는 중이다. 기적 같은 구조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혔던 5세 소녀와 부모가 7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 세계 51개국에서 파견된 5125명에 달하는 해외 구호대도 현지에서 구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구조를 위해 급파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도 활동 개시 첫날인 이날 오전 11시50분까지 70대 중반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5명을 구조했다.

AP 통신은 “아직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 구조대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기준 11만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5500여대의 중장비가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6대가 시리아 서북부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10년 넘게 반군이 장악해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내전을 벌이는 지역이다. 아사드 독재 정권을 피해 온 피난민 400여만명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기 힘든 곳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지원이 몰리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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