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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구 찾고, 고독사 막는다… 지자체-교회, 120일 동행

지난해 9월 서울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공모사업
8개구 13개 교회 참여… 기존 복지사역 확대

장헌일(가운데) 신생명나무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 '대흥동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내 홀몸 어르신을 찾아가 위로 물품을 전달하며 기도해주고 있다. 신생명나무교회 제공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에 지역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종교단체간 협업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과 밀접한 종교단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거나 야쿠르트 등을 배달해 안부를 물었고 지자체는 행정시스템을 활용해 종교단체를 지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3개월에 걸쳐 진행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사업’의 결과를 공개한 자료를 통해서다.

국민일보는 26일 공모사업에 참여한 8개 지역 주민센터와 교회의 추진실적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사업 취지는 서울시가 동주민센터와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종교단체 간 협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주민을 발굴 지원하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회가 협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주민들의 발굴과 지원에 효과를 봤다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어떤 사업인가
서울시는 행정 시스템만으로는 복지 수요와 위기가구 발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종교계와 협업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9월 공모에 나섰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이 해당되며 각 종단·교단 본부와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단체가 사업에 함께 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 이름을 넣어 ‘○○동 종교협의회’로 하고 정기회의, 위기가구 발굴 캠페인, 복지위기가구 가정방문 등을 진행하도록 했다.

참여 종교단체는 교회
사업은 중구 중랑구 마포구 관악구 송파구 종로구 노원구 영등포구 등 8개구에서 진행됐다. 공모결과 개신교 13개 교회만 참여했다. 200만원이라는 부족한 예산에 준비할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지역 내 취약계층을 돕고 주민센터와도 협업해 온 교회에 맞춤이었다.

노원구 ‘공릉2동 종교협의회’에 참여한 주양교회 표세철 목사는 주민센터 복지위원으로 10년 이상 활동했고 마포구 ‘대흥동 종교협의회’의 신생명나무교회 장헌일 목사도 주민자치위원으로 오랜 시간 활동했다. 관악구 ‘서원동 종교협의회’의 신림중앙교회(김후식 목사)는 2014년 서원동 주민센터와 MOU를 체결했다.

서원동 주민센터 정승은 주무관은 “주민센터는 주민 복지와 지원에 한계점이 있는 만큼 신림중앙교회의 지원은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사업에 참여한 교회들이 고수한 원칙도 있다.
주양교회 표 목사는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을 실천해야 하는 만큼 돈도 시간도 따지지 않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고 말했다.

신림중앙교회 오현진 행정선임 목사는 “교회도 코로나 때문에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사업했나
참여 교회들은 이미 진행해온 복지사역을 확장했다. 독거노인, 알코올 중독자와 저소득 가정 청소년 등 외로음의 극한에 몰린 이들을 위한 게 주된 사역이다.

지난해 12월 노원구 공릉2동 복지협의회 위원과 주앙교회 성도가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 집을 찾아 이불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공릉2동 주민센터 제공

먼저 취약 계층의 가정을 찾아 반찬 생필품은 물론 짜장면 야쿠르트 등을 전달하면서 이들의 안부를 묻고 대화했다.
주양교회 표 목사는 “매주 반찬을 전달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주민센터로 연락해 확인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집에만 머무는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청소년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다.

복지사각지대 가정도 발굴했다.
신림중앙교회 오 목사는 “요건에 맞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지원에 탈락한 분들을 중심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주소지가 달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정도 있었다.
표 목사는 “성도를 통해 주민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다른 지역인 경우”라고 말했다.
왕정숙 공릉2동 복지1팀장은 이를 ‘이웃이 이웃을 발견하는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효과를 경험하다
이번 공모사업은 적은 예산, 짧은 시간에도 효과를 봤다.
송파구 풍납1동 주민센터 임정혜 복지1팀장은 “교회는 전도 경험이 많아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갔다. 교회가 지속적으로 지원해 지역 내 신뢰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교회는 지자체와 협업하면서 기존 사역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됐다.
신생명나무교회 장 목사는 “교회는 어떤 이웃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내 교회들이 연합하기도 했다.
중구 약수동 주민센터 김연희 주무관은 “약수동은 교동협의회 5개 교회가 함께 했는데 다른 교회도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이 관건

남은 과제는 협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서울시는 올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교회와 지역 주민센터는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풍납1동 임 팀장은 “두 교회에 캠페인을 지속하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며 “다음 달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회의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흥동도 종교협의회 차원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모임을 가졌다. 서원동과 공릉2동 종교협의도 자부담으로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교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신뢰도 하락에 따른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풍납1동 임 팀장은 “교회에서 나왔다고 하면 반감을 내비치는 주민들이 많다. 문도 안 열어주는 주민들이 태반”이라는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공릉2동 왕 팀장은 “도시락에 교회 스티커를 붙이면 받지 않겠다는 분도 계셨다”는 말도 했다.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이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신생명나무교회 장 목사는 “종교협의회 이름으로 찾아가면 문도 열어주지 않던 주민들이 ‘대흥동에서 왔다’고 하면 열어준다”고 했다.

확장 가능성을 제안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신림중앙교회 오 목사는 “국가는 차상위 계층까지만 지원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보인다”며 “일정 기준에 들어맞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행정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9월에 공모해 3개월간 사업을 진행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다.

풍납1동 임 팀장은 “캠페인을 봄이나 가을 즈음에 하면 사각지대 가구를 찾는 비율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추우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은 사실상 외부 활동을 중단해 고립의 정도가 심화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공릉2동 왕 팀장은 “작은 교회임에도 흔쾌히 응해 주셨다. 뒤늦게 참여한 데다 예산도 짧고 기간도 짧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재정도 중요하지만,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
표 목사는 “코로나 기간엔 학생들도 봉사에 나설 수 없었다. 성도에게만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몇백명 모이는 교회 같으면 우리 교인이나 재정으로 다 할 수 있지만, 우리처럼 몇십명 모이는 작은 교회는 힘들다”고 말했다.

복지사역을 하며 쌓은 경험을 매뉴얼로 만들려는 노력에도 나섰다.
신생명나무교회 장 목사는 “복지사각지대 사역엔 매뉴얼이 필요하다. 당장 어려운 주민들에게 밥 한 끼 주고 싶어도 뭐부터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교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종교협의회 차원에서 지난해 선언한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뉴얼을 준비해 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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