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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14] ESG경영을 통한 십일조 정신의 실천 사례 ② 칙필레


기업경영의 과정과 성과를 통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십일조 정신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기독교적 가치실현을 기업의 목적(Purpose)으로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ESG 경영의 주요 평가요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모범적으로 십일조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정체성을 외부에 명확히 드러내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비상장기업이다. 그 이유는 상장기업의 경우 다양한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가지게 되므로 경영진이 기독교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 비상장과 관계없이 기독교적 가치를 기업의 목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비기독교계 고객 확보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잠재적인 기회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이 바로 미국의 페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 칙필레(Chick-Fil-A)이다.

1946년 미국 조지아 헤이프빌(Hapeville)에서 창립된 칙필레(Chick-Fil-A)는 처음부터 기독교 가치실현을 존재 목적으로 선언하고 지금까지 그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사업을 하고 있다. 칙필레는 2022년까지 과거 8년 동안 미국 소비자만족도(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에서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칙필레는 닭고기를 의미하는 치킨(Chicken), 뼈를 발라내고 저민 살코기를 의미하는 필레(fillet) 그리고 A등급 고기를 사용한다는 의미의 문자 ‘A’를 조합하여 만든 상호다.

칙필레의 인기 메뉴는 치킨 샌드위치와 치킨너겟(chicken nugget: 닭 살코기를 갈아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튀겨낸 음식)으로 내용물은 단순하지만 높은 품질과 적절한 가격으로 국민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필자도 미국에서 지낼 때 칙필레 버거와 벌집 모양의 감자튀김, 칙필레소스가 인기 있다는 말을 듣고 가끔 들렸다. 칙필레의 인기 비결은 다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과 차별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혁신이기도 하지만, 경영진과 종업원이 공유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칙필레의 정체성은 홈페이지에 가보면 바로 나타난다. 칙필레는 존재 목적(Corporate purpose)으로 “우리는 맡겨진 모든 것의 충실한 관리자가 됨으로써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한다. 그리고 우리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경영자를 포함한 칙필레의 모든 구성원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기업을 청지기로서 최선을 다해 운영하며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미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창업자인 트루엣 캐시(Truett Cathy)는 독실한 침례교 신자로 1946년 조지아주 헤이프빌에 그의 첫 번째 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일요일에는 매장을 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일 성수를 위해 일요일 매장을 열지 않음으로 연 1조 원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칙필레의 경영자들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회사의 목적으로 내세울 때, 비기독교 또는 기독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感受)한 것이다.

트루엣 캐시의 뒤를 이어 칙필레의 공동경영자가 된 트루엣의 딸인 트루디 캐시 화이트(Trudy Cathy White)는 “하나님께서 우리 사업을 축복하심에 감사하며, 아버지 트루엣이 사업을 성경적 원리에 기초하여 세웠고, 현 경영진도 경영 의사결정 시 성경 말씀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칙필레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함께해서 더 좋다(Better at Together)”이다. ESG경영에서 강조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구성원을 위한 안전과 보건, 인권과 존엄성 제고, 협력사 지원과 상호 존중, 전략적 사회공헌의 의미를 포함하는 가치다. 즉 혁신을 통해 좋은 품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기업을 성장시킴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한다는 것이다.

칙필레의 홈페이지에는 몇 개의 ESG경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장학프로그램을 통해 6만7000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1973년 이후 장학금으로 지출한 금액이 1억 3600만 달러(1792억원)에 달한다. 이는 ESG중 사회(S) 성과의 주요 지표인 종업원 교육훈련비 지출에 관련된 항목이다. 특이한 점은 회사가 지원하는 대학교육 기회를 통해 칙필레에서 일하든, 향후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든 관계없이 종업원이 보람찬 미래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칙필레는 라틴아메리카 전문가협회 및 흑인 MBA협회 등과 협력하여 다양한 인종의 직원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조지아공대 등 대학들과 협력하여 소외계층 구직자의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청년 SW아카데미, LG 및 KT의 청년직업교육과 유사한 ESG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커피 농부들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익 공유 모델을 실행하고, 공급망 내의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멘토 역할과 파트너십 기회 제공, 2015년 이후 2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에 대한 1700만 달러 기부, 기아퇴치 운동 지원, 공유 테이블 제공을 통한 소외계층 돌봄, 1000만개 이상의 식사 무상 제공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기업의 십일조 정신 실천이 비용만 발생시키며 자본시장에서 평가되는 기업 가치나 신용등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ESG경영 시대를 맞이하면서 십일조 정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졌다.

주목할 일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 일부를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칙필레가 더욱 큰 축복을 받아 기업가치가 날로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칙필레와 같은 진실한 기업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굳건하게 세워지고 지속발전하기를 기원하며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좋은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음 회, ESG경영을 통한 십일조 정신의 실천 사례③ Walmart)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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