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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행 60만원, 실홥니까?” 저가항공료 폭등 근황

일부에선 ‘저가항공사 항공료 > 대형항공사 항공료’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 대학교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고종원(26)씨는 개강 전 친구들과 일본 홋카이도로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항공권 검색을 시작했다. ‘이게 얼마 만인가.’ 그는 2019년까지만 해도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던 ‘여행광’이었다. 돈이 없고 미래는 좀 불안해도 그런 자유로움이 대학생의 특권이라면 특권이었다. 그런데 팬데믹이 터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그 귀한 대학생활 중 3년이나 국내에 발이 묶여 있었다. 꾹꾹 억눌러온 여행 욕구를 이제야 분출하나 했는데 웬걸, 항공권 가격이 ‘이 돈 내고는 못 가겠다’는 수준까지 치솟아 있었다. 당장 해외여행을 가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자유롭지만 돈은 없는 처지니까.

국경 열리자 비행깃값도 날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3년 만에 열리면서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켓값이 뛰면서 대형 항공사와 격차가 좁혀졌고 일부 항공권은 오히려 더 비싼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난달 말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 스카이스캐너에서 조회하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인 일본 오사카를 3월 중 오가는 LCC 항공권은 대체로 60만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날짜와 시간을 비선호 구간으로 바꾸면 가격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마저 40만원대로 비싼 수준이었다. 팬데믹 전에는 오사카를 보통 20만~30만원대에 갔다올 수 있었고, 특가를 잘 잡으면 10만원대로도 왕복이 가능했다. 6일 조회한 4월 중 왕복 항공편은 국내 LCC 최저가가 40만원 안팎으로 여전히 높았다.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돼 있는 항공기들. 연합뉴스

여행플랫폼 여기어때가 지난달 진행한 아시아 여행 경비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71.5%)이 현재 체감 항공권 가격을 “비싸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일본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을 왕복하는 데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항공권 가격은 20~30만원대가 53.2%로 가장 많았다.

가격이 갑절로 뛴 항공권이지만 없어서 아쉬울 정도로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3·1절 공휴일이 낀 황금연휴였던 지난달 25일~이달 1일 티웨이항공 일본행 왕복 항공권의 평균 예약률은 93%로 사실상 매진됐다.

앞서 여기어때 설문조사에서도 예상 경비보다 지출이 많더라도 일단 간다는 응답자가 30.8%였고, 다른 28.4%는 여행지를 바꿔서라도 떠나겠다고 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특히 항공권 가격의 부담을 느끼지만 비용보다 억눌린 해외여행 욕구를 해소하는 데 더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가 45만원인데 제주항공이 47만원?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노선에서는 LCC 항공권 가격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보다 비싼 기현상도 벌어졌다. 오는 10일 오후 5~6시 사이 인천에서 출발하는 방콕행 왕복 가격을 지난 1일 조회했을 때 제주항공이 47만원으로 아시아나항공 45만원보다 비쌌다.

진에어 관계자는 “좌석을 대형항공사보다 전반적으로 싼값에 내놓더라도 수요가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좌석은 다 팔리고) 높은 가격대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착시라는 설명이다. 그는 “노선과 항공편수가 2019년 대비 70~80%밖에 회복하지 못한 점도 항공권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DB

유류할증료로 반영되는 고유가 상황도 항공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국제 이슈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해 2월 1만800원이었던 최단(499마일 이하) 구간 유류할증료는 그해 7월 4만2900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2만4700원으로 다소 진정됐지만 전쟁 전보다 배 이상 높다. 최장(6500마일 이상) 구간 유류할증료은 이달 기준 19만3700원으로 지난해 2월 7만9200원의 2.4배다. 이 가격은 한때 32만5000원까지 뛰었다.

10만원대 티켓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보릿고개를 넘은 항공업계는 그간의 영업손실을 빠르게 만회하며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그룹의 토니 페르난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항공료는 제값을 받는 것”이라며 “지금 요금 수준은 2019년에 (이미) 나타났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폭발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상향 평준화한 항공료 수준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해외출국자가 178만2313명으로 1년 전 14만7434명의 12배로 급증한 데 비해 국제선 운항편수는 지난해 1월 5708편에서 올해 1월 2만7000편으로 약 4.7배로 늘어난 데 그쳤다. 해외여행 수요는 일본 무비자 입국 허용 등과 맞물려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팬데믹 전보다는 적은 수준이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12일 해외 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 코로나19 검역센터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다만 항공권 가격이 지금처럼 비싼 수준을 계속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객이 몰렸다”며 “앞으로 항공 노선이 증편되면 이르면 다음 달 말이나 5월부터 가격 안정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항공사들의 노선 재개도 항공운임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발 국제선 노선이 늘고 있고 LCC 중심으로 특가 판매도 증가하고 있어 국제선 운임은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며 “국내 소비 둔화도 하반기 여객운임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고 설명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내년이면 전세계 국제선 여객 수송이 팬데믹 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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