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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톡]‘어떤 목사’의 무치(無恥)한 친일 투쟁


“‘코쿠민칸조오(국민 정서)’ 때문에 일장기를 못 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04주년 3·1절을 기념하는 지난 1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건 A(36)씨가 국민일보 취재진에게 7일 한 말입니다. 발언은 거침없었습니다.

“코쿠민칸조오라면 모든 국민이 하나의 마음이어야 하는데 일장기 게양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일장기를 반대하는 게 전체 의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한일 우호 관계를 알리겠다”고 주장한 그가 목사라는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불똥이 난데 없이 교회로 튀고 있습니다. 그는 20여명 출석하는 교회에서 목회하며 한 이단연구상담소를 운영하는 목사입니다. 이단연구상담소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해외측 한서노회’ 소속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단이 낯설어 물었더니 “전국에 3000여개 교회가 있는 교단으로 신학교도 여러 개다. 한국교회총연합 등에도 가입된 교단이다”라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교단이라는 걸 내세우기 위한 설명이었죠. 하지만 한국교회총연합에 확인했더니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난해 이 교단이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반려했다. 3000개 교회라고 하는데 솔직히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산세를 많이 낸다는 A씨의 주장에 관해서도 물었더니 “사실 직원 100여명의 중견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여기서 낸 수익으로 목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명을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장기를 건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거침없고 부끄러움이 없는 그의 태도를 보며 ‘무치(無恥)한 친일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무릎 꿇은 한국교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1938년 9월 9일 오후 8시. 평양 서문밖교회 본당에 전국 27개 노회에서 온 목사 86명과 장로 85명, 선교사 22명 등 조선예수교장로회 총대들이 모였습니다. 이날부터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가 열렸습니다. 신사참배를 결의한 총회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개신교인은 40만명 남짓으로 이 중 70%인 28만여명이 장로회 소속이었습니다. 감리교는 이미 1936년 6월 제3차 연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했죠.

결의는 다음 날 오전 진행됐습니다. 평양노회장 박용률 목사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신사참배에 찬성한다는 ‘긴급 동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사전에 지지 발언을 하기로 약속돼 있던 평서노회장 박임현 목사가 동의했고 안주노회장 길인섭 목사가 재청하면서 일사천리로 통과됐습니다.

잠시 후 홍택기 총회장이 “‘가’(可) 하면 ‘예’ 하시오”라고 물었습니다. 통상 회의 규칙인 거부 의사를 물어보는 과정은 생략했죠. 가결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총회장이 의사봉을 들어 세 차례 내리쳤습니다. 동시에 윌리엄 블레어 선교사를 비롯한 20여명의 선교사가 자리를 박차고 강단으로 뛰어나가며 불법이라고 외쳤지만, 경관들이 이들의 입을 막고 끌고 나갔습니다.

신사참배에 찬성한다는 안건 자체가 긴급 동의안 형식으로 현장에서 갑자기 올라왔지만, 총회는 선언문까지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신사는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 교리에도 어긋나지 않는 애국적 국가 의식이기에 솔선해서 국민정신 총동원에 적극 참가하여 황국신민으로서 정성을 다해 달라.”

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한 지 85년 지났습니다. 그사이 독립과 분단을 경험했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제동원 했던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3·1절에 무조건적인 ‘한일 간 우호’를 빌미로 일장기를 내거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죠.

200명 내외의 총대들이 신사참배를 결의했지만, 하나님 외에 다른 신에게 절해야 하는 고통은 수십만명의 교인이 나눠 졌습니다. 한 군소 교단 목사의 무치한 행동이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더욱이 목사가 벌인 이 일로 교회 전체가 고통을 나눠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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