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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 태우는 냄새가 났어” 그 집은 개들의 무덤이었다

개 사체 1200여구 나온 집 가보니
녹슨 컨테이너에 온갖 잡동사니 ‘고물상’
“여름이면 더 고약한 냄새 풍겨”
주민들 항의에도 묵묵부답…경찰 입건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된 경기 양평군 한 주택에 지난 6일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양평=백재연 기자

그 집은 버려진 개들의 무덤이었다. 굶어 죽은 개 사체 1200여구가 마구 엉켜 발견된 경기도 양평 용문면 60대 이모씨의 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 보다는 전혀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된 고물상에 가까웠다.

지난 6일 찾은 이 집 앞마당에는 녹슨 철문에 더 녹슨 컨테이너, 다 쓴 LPG가스통, 바퀴 없는 자전거 등이 온갖 쓰레기와 함께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개 이동장 5~6개도 잡동사니들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마당 곳곳에 널린 낡은 목줄도 눈에 띄었다. 최소 20개는 돼 보이는 끊어진 철사와 가죽으로 된 굵은 목줄들은 집안 풍경의 참혹함을 더했다. 폴리스라인 너머로 개들을 가둬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철장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이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이씨가 개 1200여 마리를 굶겨 죽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집에서 20~3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90대 A씨는 “어느 때는 아주 송장 썩는 냄새보다 더한 냄새가 나고 어떤 때는 개털 태우는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이면 고약한 냄새가 더 심해져, 이씨 집 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고역이었다고 했다.

6일 이씨 집 앞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철사와 가죽으로 된 굵은 목줄들. 양평=백재연 기자

이씨의 집은 마을 중간 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외딴섬’이나 다름 없었다. 그의 옆집에 사는 B씨(56)는 “(이씨에게)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라고 해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도축업을 했던 이씨가 집안에서 많은 개들을 키운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이씨가 그렇게 많은 개를 집단 아사시켰다는 사실은 몰랐다. 역한 냄새도 쌓인 쓰레기가 풍기는 것인 줄 알았다. B씨는 “썩은 내가 진동을 하기에 청소 좀 하라고 닦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씨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이씨는 ‘개장수’라고 저장돼 있었다. B씨는 지난 달과 이달 2~3차례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씨는 아직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의 만행은 지난 4일 잃어버린 개를 찾던 주민 C씨에 의해 발각됐다. C씨는 “이웃이 키우던 개를 아는 집에서 임시로 맡고 있었는데, 보호 중인 집에 가보니 개가 없더라”며 “수소문했더니 개 주인이 개를 데려가 (이씨에게) 팔았다고 했다. 그 길로 이씨 집을 찾았고, 개 사체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최초 신고자인 C씨는 현재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6일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된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이씨의 집. 양평=백재연 기자

C씨는 그 집에서 날아오던 역한 냄새는 개를 태우던 냄새였을 거라고 말했다. “사람 하반신 크기의 드럼통에 개들이 타다 만 채로 가득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세상에 알린 동물 보호권 단체 ‘케어’ 관계자 역시 “타서 서로 엉겨 붙은 채로 죽어 있는 (개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씨는 10여 년 전쯤 가족과 함께 이 마을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씨 혼자 집에 남았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고물을 주워다 팔거나, 개나 염소 등도 팔아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예전에 트럭을 몰던 이씨는 지난해 겨울쯤부터는 탑차을 운전하고 다녔다고 한다. 트럭을 몰 땐 짐칸 실린 사각철장에 개들을 싣고 오는 장면이 보였지만, 탑차로 바꾸고 나선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물을 주우러 다니다 사람들이 개를 관리하기 힘들다고 하면 한 마리에 1만원씩 받고 데려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 농장이나 번식업자 등으로부터 한 번에 많이 데려온 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개를 태운 행위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이씨는) ‘쓰레기 태운 곳 위로 개 사체를 치워놨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씨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는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끊고 이후 접촉을 피했다.

양평=글·사진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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