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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단돈 만천원” 고시원 모녀 도와준 이웃들 [아살세]

수원 맘카페에 생활고 호소…
“이혼 뒤 전세사기까지 당해”
이웃들, 생필품 보내주며 응원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모녀가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맘 카페에 올리자, 이웃들이 생필품을 들고 고시원을 방문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주머니에 단돈 만천원이 남았다”는 모녀의 절박한 사연에 이웃 주민들의 도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1년 전 이혼한 어머니는 전남편으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힘들게 아이를 키워왔는데 최근 전세사기를 당해 돈을 전부 잃었다는 사연입니다. 잠시 시골로 갔다가 딸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수원으로 돌아온 모녀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고, 지역 맘 카페에 생활고를 알렸습니다.

40대 어머니 남모씨가 지역 맘 카페에 글을 올린 건 지난달 28일입니다. 남씨는 “제가 받는 상처는 괜찮지만, 자식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계속 뭐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보니 제 창자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이질감과 부끄러움, 울컥함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사연을 남겼습니다.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모녀가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맘 카페에 올리자, 이웃들이 생필품을 들고 고시원을 방문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남씨는 “지금 먹는 게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쌀밥과 김치, 단무지, 콩자반, 무말랭이가 전부”라면서 “그렇게 지속적으로 먹고 있다. 그나마 밥이 있으면 먹는데 없으면 못 먹는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나는 엄마니깐 부끄럽고 창피하더라도 뭔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남씨는 현재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17살 딸과 단둘이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씨는 11년 전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마음이 변해버린 전남편에게 친권 양육권만 받고 이혼 후 맨몸으로 나와 자리 잡고 살기까지 정말 힘들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딸과 함께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 남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씨는 고시원에 들어온 뒤 돈이 딱 1만1000원 남자, 지역 맘 카페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JTBC 보도화면 캡처

겨우 버텨오던 남씨가 무너진 건 전세사기였습니다. 남씨는 “정말 눈 번쩍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간다”며 “가지고 있던 현금까지 전부 잃었다.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사기를 당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남씨는 다 싫다며 시골로 들어가 6개월 가까이 은둔 생활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딸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계속 은둔생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남씨는 “이대로 있다가는 딸까지 망치겠다 싶어서 정신 차리고 다시 수원으로 올라오게 됐다”며 “그런데 가진 게 없어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릴 당시 고시원 비용을 내고 딸의 입학 준비를 하고 나니 주머니에는 단돈 1만1000원이 남았다고 합니다. 남씨는 “아무리 털어도 이제 더 이상 나올 부스러기조차 없다”며 “제가 이렇게 될지 상상도 못 하고 살았다. 열심히 살면 잘살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씨의 딸. 이웃들의 도움에 감사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남씨의 사연에 맘 카페에서는 도움을 주겠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카페 이용자는 “저도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라 남 일 같지 않다”며 “프라이팬이랑 생필품을 조금 드릴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다른 이용자들도 따로 연락을 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모두 수원에 살고 있는 맘 카페 회원들이었습니다. 주민센터의 복지 제도를 안내하거나 남씨를 응원하는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몇몇 이웃들은 생필품을 들고 남씨가 살고 있는 고시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남씨는 “위로와 응원들이 쏟아졌다”며 “살면서 누군가한테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고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남씨의 딸도 “도와주신 거 꼭 잊지 않고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남씨의 사연을 알게 된 이웃들의 도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 남씨가 지난달 28일 수원 지역 맘 카페에 직접 올린 글. “나는 엄마니깐 부끄럽고 창피하더라도 뭔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도움을 청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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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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