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기고]근로자 노동3권 對 사용자 재산권 ... 타협 없이는 노동환경 개선 없어

강우경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2014년 쌍용차 불법파업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47억 원의 손해배상책임 판결 이후, 시민들이 성금을 넣은 노란봉투를 노조에게 전달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명칭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의 특징은 노조 손해배상에 대한 파격적 면책으로 대표된다.

통과된 개정안 제2조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과 쟁의행위의 목적을 확대해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의 외연을 대폭 넓혔다. 이를 통해 원청기업에 대한 쟁의행위 또는 정치적 목적의 쟁의행위 등이 허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유형의 쟁의행위는 노조가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대상과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는 자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정치적 파업의 경우, 주장의 관철 대상은 정부나 사회인 반면에, 그로 인한 손해는 해당 주장에 대해 결정권이 없는 사용자가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러한 손해를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오직 정당한 쟁의행위에 한하여 전가 가능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확보한 것인지는 그 구체적 목적과 행태, 사용자가 입은 손해의 규모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번 개정안은 위와 같은 쟁의행위를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로 폭넓게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 제3조 제2항은 점입가경이다. 노조의 행위가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것이기만 하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법상 쟁의행위는 물론이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심지어 위법한) 행위까지도 면책하겠다는 취지다.

본 조항은 민법의 3대 기본원리인 자기책임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로 하여금 위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보전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그 위헌성이 매우 크다. 폭력과 파괴를 제외한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노조법의 규범력을 부정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감경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를 전면적으로 면제한 입법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근로자의 노동기본권과 사용자의 재산권(또는 기업의 자유) 사이 우열 없는 기본권의 충돌 문제로 귀결되므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 포기나 희생으로 해결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한지, 사용자의 손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자주적 교섭에 의한 노사 합의 여지가 더 이상 없는 상황이었는지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이익형량해 양 기본권 간의 실체적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의 규범적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쟁의행위의 주체, 상대방, 목적, 행태, 절차적 측면의 정당성을 규율함으로써 위와 같은 이익형량의 기준점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규범을 수정함에 있어서도 우리의 노동현실과 경제상황은 물론 노측과 사측, 규제당국 및 학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균형있게 반영될 수 있는 토론과 숙의의 장이 충분히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경기 참가자 어느 일방의 의견만 듣고 경기의 규칙을 바꾸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토론과 숙의과정 없이 노측의 주장만을 수용한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경제적 파급효과에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로버트 에머슨 루카스 주니어(Robert Emerson Lucas Jr.) 교수의 모형을 기초로 한 경제분석결과에 의하면,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노조의 불법파업 건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기업은 노조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임금과 생산과 투자를 줄이게 되어 궁극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국내 총 일자리 수와 GDP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한국경제신문 의뢰 파이터치연구원의 연구결과 참조).

노란봉투법은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 대신 불법적 대치상황을 조장함으로써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 속에 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 담고 있다. 이 법의 추진을 강행하려는 세력에게 당부하고 싶다. 진정으로 근로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다면,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노사간의 협력을 강구할 수 있는 노조법을 개정하는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우경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