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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정권 치적 지우기?… 제로페이, 사라질 위기

온누리상품권, 다음달 1일부터 중단…재개 시점 안내 없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애용하던 손모(43)씨는 ‘4월 1일부터 발행 잠정 중단’ 안내 문자를 받았다. 안내 문자에는 발행 재개 시점은 적혀있지 않았다. 손씨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구매 한도를 채워서 사뒀다.

손씨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다가 집 근처 시장과 소규모 마트에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어서 시장을 애용했다”며 “10% 할인된 상품권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살 수 있어서 시장으로 다녔던 건데, 모바일 상품권을 쓸 수 없다면 다시 대형마트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이 다음 달 1일부터 무기한 중단된다. 운영기관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운영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해오던 ‘제로페이’를 없애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전 정권 지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새 시스템 구축을 위해 불필요하게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해 전통시장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상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제로페이 앱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각종 정부지원금이 제로페이로 지급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약 4760억원이었다. 전체 온누리상품권이 4조원 정도 발행됐는데 13.6%가량이 모바일 상품권이었다. 제로페이 가맹점은 160여만개다.

지류상품권은 은행 등으로 구매처가 한정돼 있어서 구매 자체가 번거롭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상품권 부정사용에 대한 문제점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지류상품권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스마트폰 앱에서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 비중이 최근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기관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과 운영 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됐다. 공모 절차를 진행해 다시 운영기관을 선정할 것”이라며 “새 운영기관을 선정할 때까지 신규 발행이 중단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운영기관 공모는 오는 6월30일 이후 진행한다.

중기부는 ‘공정한 절차를 밟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결원과 계약이 종료됐는데 공모 시작 시점이 6개월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정부는 올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를 약 4000억원 정도로 잡았다. 하지만 4월부터 신규 발행이 중단돼 언제 재개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발행 재개 시점을 안내하지 않으면서 “이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없어지는 것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개선점으로 전자·모바일 등 간편결제 수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용역보고서 ‘온누리상품권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의 개선점으로 ‘온·오프라인 사용처 확대’(40.8%)에 이어 ‘간편결제 수단 확대’(26.7%)라는 응답이 많았다.

소비자는 모바일 결제 방식 확대를 요구하는데 오히려 중단이 결정된 상황이다. 중기부는 ‘운영기관을 투명하게 모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운영기관 공모에 한결원 또한 참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결원은 제로페이를 운영하기 위해 2019년 만든 재단법인이다. 제로페이를 운영하기 위한 법인을 만들었는데 한결원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기관에 선정되지 못하면 법인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새롭게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예산과 행정력이 새롭게 투입돼야 한다. 시스템을 바꿔서 이관하는데도 세금과 행정력이 든다. 전 정권 지우기에 급급해 불필요하게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사가 바뀌고 결제 시스템을 바꾸면 앱을 또 다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서울사랑상품권이 제로페이앱에서 빠져나올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공모는 형식이고 전 정권의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로페이’를 지우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상품권 사용 시스템이 바뀌면 소비자도 불편하고, 당장 발행 규모가 축소돼 사용자가 줄면 시장 상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 운영기관 변경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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