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그리고 Ah-Ah? [투게더]

“역시 추위엔 아아지”
무더운 중남미에선 여전히 뜨거운 커피가 인기
“작은 사이즈의 에스프레소는 영향을 받지 않아”

콜롬비아 카페 Café Inspiración. 출처: 깔라오 제공

한파주의보가 내린 지난 1월 영하 12도의 서울 여의도. 얼음 가득, 서리마저 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길에 오른 정 모(24·여)씨가 외친다. “역시 추위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지”

사람들은 그런 정씨를 보고 ‘얼죽아’라 부른다.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일컫는 이 말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은어다. 예로부터 선조들이 겨울의 대표 물김치인 동치미를 먹고 추위를 이겨냈듯이. 검은 동치미라 불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조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강추위가 몰아친 1월에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냥 1위가 아닌 10%포인트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였다.

출처: 할리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어랏, 다른 나라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잘 먹지 않는다고?

뜨거운 카푸치노를 즐겨 마시는 깔라오(왼쪽)와 그녀가 교내 카페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 프로스티 (오른쪽). 출처: 깔라오 제공

해외여행을 간 한국인들이 꾸준히 하는 말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리웠어요” 정말 해외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을까. 현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우선 커피 원두의 국가 콜롬비아. 볼리비아 공과대학교(Universidad Tecnológica de Bolivar)에 재학 중인 알리시아 깔라오(Alicia Michelle Corrales Calao)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커피는 뜨거운 카푸치노”라고 말했다.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중남미 국가 콜롬비아. 그들은 ‘더워 죽어도 뜨아’를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조금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아니다. 얼음과 함께 커피 음료를 갈아 만든 ‘커피 프로스티(Coffee Frostie)’라는 콜롬비아의 대표적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깔아오가 말했다. “어르신들은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마셔요. 그런데 저 같은 어린 친구들은 아이스 커피를 찾는 답니다. 특히 제 고향, 무더운 카리브 해안에선 차가운 커피가 더 어울리는 거 같아요”

포티에가 즐겨 마시는 뜨거운 커피 사진. 출처: 포티에 제공

프랑스 툴루즈 경영대학원(Toulouse Business School)에 재학 중인 줄린 포티에(Juline Potier)는 “큰 사이즈 시럽이 들어간 라떼를 주로 마시며 가능하다면 얼음과 함께 차갑게도 마신다”고 말했다. 포티에가 말한 ‘가능하다면’의 의미는 프랑스 카페의 모든 커피 메뉴들에 아이스 옵션이 반드시 존재하진 않다는 뜻이다. 그는 “프랑스인은 주로 작은 사이즈의 커피를 항상 뜨겁게 마신다. 이는 심지어 여름에도 이렇게 마신다”고 답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루이스 귀도 칼리(LUISS Guido Carli)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탈리아인 비앙카 파스티나(Bianca Pàstina)는 “이탈리아인은 에스프레소를 가장 많이 마신다. 작은 사이즈의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때문에 계절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뜨거운 커피가 대세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자체가 생소하기도…

과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6개월 동안 생활했던 포티에는 “프랑스에서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나 한국식 카페를 제외하고는 흔하지 않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했지만, 대부분 프랑스인은 아메리카노를 생소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유럽인들에게 아메리카노는 다소 생소한 음료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 역시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카페를 찾기 힘들다. 이탈리아에서 온 파스티나는 “나에게 있어 아메리카노는 물로 희석된 커피”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지 않지만,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찾긴 힘들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정작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도 판매하는 카페가 희소하다는 의미다.

“스타벅스보다 동네 커피숍을 자주 가요”

한국의 스타벅스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점심시간이라, 주말이라, 혹은 월요일이라 바쁘다. 스타벅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해외에서의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관한 인식은 어떨까. 포티에는 “프렌차이즈 카페보다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 모든 것이 정성과 열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계처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뽑아내는 대형 기업보다 개인의 정성으로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일반적인 카페 모습.

한국에서의 카페는 휴식 장소이자 교류의 장이기도 하지만, 공부나 업무와 같은 용무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커피 한 잔 값으로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물며 볼 일을 해결하는 일명 ‘카공족’이란 단어는 한국인들의 입방아에 단골손님처럼 오르내린다. 포티에는 “프랑스에서는 카페에서 최대 1시간 혹은 2시간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문은 한 번만 한다. 커피숍에서 그다지 오랜 시간을 보내는 문화는 없다”고 밝혔다.

깔라오의 단골 커피숍 Café Inspiración 외부 및 내부 전경. 출처: 깔라오 제공

콜롬비아에서 온 깔라오는 “공부하거나 업무를 하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것은 이곳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다. 만약 해당 이유로 방문한다 해도 머무는 시간에는 제약이 없다. 커피숍 주인이 전혀 개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외신들 “한국인들, 지치지 않기 위해 Ah-Ah를 마신다”

한국의 독특한 커피 문화는 외신에서도 자주 주목하는 소재다. 미국의 Fourth Estate라는 외신에서는 한국인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시는 이유에 대해 맛있고, 빠르며,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직장인들은 일할 기운을 얻기 위해서. 학생들은 늦게까지 공부하기 위해서 마신다는 거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가 생겨나며 식후 커피 한잔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고도 바라봤다. 프랑스 AFP에서도 BTS 등 아이돌이 마시는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를 주목하며 ‘빨리빨리’ 문화와 관련있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작고 역사가 오래된 동네 커피숍을 찾아볼 수 있고 에스프레소 대신 드립 커피를 찾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각 나라의 커피 문화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짧은 시간 여유를 음미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세계 속 친구들. 그리고 식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한국인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삶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 아닐까. 그런 미묘한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투게더는 To gather와 Together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상의 다르지만 비슷한 정보들을 함께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고해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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