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반도체 소부장 ‘선택지’ 늘어난다

일본 반도체 핵심소재 3개 수출규제 해제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 공급망 다변화할 듯
‘반도체=안보자산’… 협력 확대 제한적 전망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풀면서 한국 기업들의 선택지가 늘어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면서 “미국 반도체법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대응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자 “살아보니 친구는 많을 수록, 적은 적을 수록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반도체가 ‘경제안보 자산’으로 급부상한 탓에 한·일간 반도체 협력의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은 이번 수출규제 해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한 이후 한국 기업들은 우리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여러 공급망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실제로 소부장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는 꾸준히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수입액에서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 포인트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소부장 수입액에서 일본 비중은 2018년 34.4%에서 지난해 24.9%로 9.5% 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핵심 소부장은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수출규제 해제는 안정적 공급망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웨이퍼 코팅제의 90%, 포토레지스트의 79%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산 비중이 94%에 이르러 수입선 다변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품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규제가 수출 금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필요한 품목을 들여오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단, 수출규제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기업들이 ‘학습’했기 때문에 소부장 국산화 같은 노력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와 일본의 반도체 협력은 당장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낮다. 주요국에서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부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일본은 ‘반도체 강국’으로 부활을 목표로 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도 내걸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환경에서 먼저 협력을 하자고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일본과 하고 있는 협력 수위를 유지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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