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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노무현 수사 회고록, 고소 각오하고 썼다”

노무현재단 측 “고인 2차 가해” 반발
이인규 “허위사실 바로잡으려 쓴것 뿐”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발간한 회고록을 놓고 노무현재단 측이 “2차 가해”라고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전 부장은 1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책은 고소도 각오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쓴 것”이라며 “인터넷상에 떠도는 각종 허위사실과 억측을 바로잡으려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시계는 뺍시다’ 발언은 충격적이어서 잊을 수도 없었다”며 “책을 믿지 못하겠다면 영구보존된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당황해 ‘수사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 등의 주장을 했다. 당시 면담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홍만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 변호인인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조사하는 검사들도 대통령 예우를 충분히 했다’고 했는데, 2년 뒤 발간한 ‘운명’에서는 ‘이 부장 태도에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적은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시계는 뺍시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시계 전달 후인 2007년 봄,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만찬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마치 시계를 찬 것처럼 왼손을 들고 ‘박 회장! 시계가 번쩍거리고 광채가 난다. 좋은 시계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똑같은 시계 사진을 제시하자 노 전 대통령은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라고 했고, 변호인인 문 전 대통령이 “시계가 이렇게 생겼군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노무현재단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해철 의원은 책에 대해 “무도한 거짓 주장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인규 검사는 당시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반박했다. 노무현재단은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며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재단 등이 ‘2차 가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저는 그분들이 그런 말씀을 할 수는 있다고 이해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너무 많은 허위사실들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고 이런 걸 왜 쓰고 싶었겠는가. 조용히 살면 제일 좋다”라며 “그렇지만 역사와 국민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책은 고소도 각오하고 썼다.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법정에서 수사 기록을 공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검사가 작성한 것도 안 믿는다면 뭘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영구보존 된 기록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며 “책으로 성에 안 차면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중수부 수사 당시 메모해뒀던 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인규 “뇌물 의혹 사실” vs 노무현재단 “사실아냐”

이인규 전 중수부장(왼쪽 사진)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 사진). 뉴시스

재단은 이 전 부장 회고록 발간 후 ‘피아제 시계’와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장은 그러나 시계에 대해 노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도 박 전 회장의 진술과 부합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노씨가 2006년 9월 27일 노 전 대통령 회갑 기념 가족 모임에 참석해 피아제 남녀 시계 1세트를 전달했고,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조사 후 노씨를 다시 조사했는데 노씨도 ‘청와대 관저에서 권양숙 여사에게 시계를 전달했고 노 전 대통령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해 박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재단은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씨 주택자금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박 전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이에 대해 책에서 박 전 회장의 진술을 소개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7년 봄 청와대 대통령관저에서 대통령 부부, 정 전 비서관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 권 여사가 건호씨의 집 이야기를 꺼냈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은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10억원이면 되겠습니까”라고 했고 권 여사가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답했으며, 노 전 대통령은 옆에서 겸연쩍게 웃으며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는 주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검찰 수사 시작 후 권 여사가 100만 달러를 빌린 사실을 알게 됐고, 100만 달러는 빚이 있어 빌린 것이며, 미국에 주택을 구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미국 기관으로부터 2007년 9월 22일 홍콩의 한 계좌에서 중국계 미국인 ‘임웡’에게 돈이 송금된 정황을 전달받았다. 우병우 과장이 박 전 회장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드디어 찾으셨군요”라고 탄복했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이후 ‘권 여사 부탁으로 박 회장에게 40만 달러를 더 도와달라고 했고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100만 달러가 미국 주택 구입 자금임을 인정했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모든 범죄사실을 부인해 검찰이 더 철저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결국 미국 주택 구입 사실 등이 밝혀져 노 전 대통령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 것”이라며 “사즉생의 각오로 인정할 것은 인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또 “조사 시 우병우 과장의 호칭은 일관되게 ‘대통령님’이었고 예우를 다했다”며 “인터넷에 우 과장이 ‘당신은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출처 불명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확인했는데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2022년 2월 라디오에서 또 같은 내용의 허위발언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에 ‘대검에 도착하는 노 전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검사들’이라는 사진도 “거짓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소환 당일 사진은 확실히 아니다”며 “왜 거짓 사진을 유포해 검찰을 악마화하는지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논두렁 시계’ 보도 관련 논란에 대해 “검찰이 허위 사실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논두렁에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마치 금품을 받지 않은 근거인 양 교묘하게 논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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