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파월…“물가대응·은행규제 모두 실패, 사퇴해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은행 시스템 위기 책임론에 내몰렸다. 통화 정책과 은행 감독 실패로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등 중형은행 연쇄 파산이 발생했다는 비판이다. 파월 의장은 정부 대응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규제 실패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월가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나와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과 규제를 다루는 임무를 맡고 있고,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했다”며 “대형 은행 감독 관리자로서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일 모두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의 교체를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가 연준 의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모두에게 이를 말해 왔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추진된 중형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법에 동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재정 건전성 규제 대상 은행의 자산 기준을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로 SVB와 시그니처 은행이 혜택을 받았다.

워런 의원은 “트럼프는 대형 은행 규제를 가볍게 하겠다며 대선에 출마했고, 파월은 규제에 화염방사기를 갖다 댔다. 수십 개의 규제를 약화했다”며 “이후 은행은 단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떠안았고, 엄청난 보너스와 임금을 받은 뒤 은행을 폭파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파월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너무 많은 규제 완화를 허용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파월 의장은 (규제 완화 법안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2일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직후 해당 은행 예금 전액을 보호하기로 한 공동성명 작성 과정에서 규제 결함에 대한 문구를 담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NYT는 “행정부 관리들은 성명서에 은행 규제 및 감독의 잘못이 은행 파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포함하기를 원했다”며 “파월 의장은 그러나 규제 실패를 언급하는 문구를 포함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고 여러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런 의원은 이날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감찰관에 중형은행 연쇄 파산과 규제 실패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파월 의장은 규제 실패에 대한 공개적 언급에 재갈을 물렸다. 은행 실패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파월 의장의 간섭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당국이 SVB 파산 전 재무 구조 위험 등 문제점을 미리 파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NYT는 “SVB의 위험한 사업 관행이 1년 이상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레이더에 포착됐었다”며 “연준은 은행 붕괴 전 큰 문제를 발견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지난해 ‘즉각적인 주의가 필요한 사항’ ‘주의가 필요한 사항’ 등 모두 6건의 경고를 SVB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SVB가 문제 발생 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감독관들은 회사 고위 경영진을 만나 위기 상황에서 현금을 확보할 능력과 금리 상승 때 손실 노출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SVB가 금리 인상 시기 사업성 분석을 하면서 잘못된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경영진은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수익이 증가해 재무 상황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SVB는 그러나 규제 당국 경고에도 문제를 수정하지 않았다. NYT는 “규제 당국이 SVB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고도 조처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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