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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22조 증발…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최대 피해자

크레디트스위스 AT1 채권 투자자들
22조6000억원 채권 가치가 ‘제로’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싱가포르지사 사옥 앞에서 20일(현지시간) 신호등이 적신호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같은 국가 최대 은행 유니언뱅크오브스위스(UBS)에 인수되면서 아시아, 유럽, 북미 순으로 월요일장을 시작하는 세계 증권시장은 ‘블랙먼데이’(월요일 폭락장)를 피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발생했다. CS의 후순위채의 일종인 ‘AT1 채권’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채권은 하룻밤 사이에 휴짓조각으로 바뀌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현시간) “긴박했던 지난 주말 UBS의 CS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의심할 여지도 없는 최대 피해자는 AT1 채권 투자자”라며 “AT1 채권은 은행의 위기에서 손실을 투자자에게 떠안도록 설계된 일종의 은행 부채다. 160억 스위스프랑으로 평가된 CS AT1 채권 가치는 ‘제로’(0)가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AT1 채권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부실의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세계적 기조에서 수천억 달러 규모로 발행됐다. 2017년 스페인 방코포풀라르 사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AT1 채권 관련) 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AT1은 통상 헤지펀드의 투자를 받지만,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일본·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이날 대부분 하락 출발했다”고 전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 금융감독청, 국립은행의 지원 덕에 UBS가 CS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국립은행은 UBS의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UBS의 CS 인수 총액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500억원)이다. CS 주주들은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7일 스위스증권거래소에서 UBS는 17.11스위스프랑, CS는 1.86스위스프랑에 각각 마감됐다. 당시 CS의 마감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4억 스위스프랑으로 집계됐다. UBS의 인수가는 CS 시총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CS는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예고했다. 이달 들어 미국 중소형 은행 중심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서 CS의 위기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15일 “회계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부당했다.

CS와 UBS는 지난 주말 스위스 정부의 재촉을 받으며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동아시아 증시의 개장 전에 극적으로 인수에 합의했다. 하지만 스위스 금융감독청이 CS에 AT1 채권 손실 결정을 통보하면서 이 채권 투자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특히 일본에서 CS AT1 채권 손실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식보다 낮은 위험도를 지닌 채권에서 이례적인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 세계 회사채 시장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AT1 채권 시장규모는 2750억 달러(약 361조원)로 추산된다. 기업의 파산 시 통상적인 변제 우선 순위에서 AT1 채권은 주식보다 앞서지만 보통의 회사채보다는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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