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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못 믿어”… 비트코인 열흘간 37% 급등한 이유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3700만원 탈환
은행 위기 열흘간 2700만원서 1000만원 상승

암호화폐 비트코인 모형. UPI통신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일러스트용으로 촬영했다. UPI연합뉴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37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의 일이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줄파산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에 휘말린 최근 열흘간 비트코인은 가치를 1000만원이나 끌어올렸다.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이 시장의 유동성을 탈중앙화 금융으로 이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20일 오후 4시40분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3.69%, 1주 전보다 24.37% 상승한 2만8039달러(약 3675만원)을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시세로 업비트는 3730만원, 빗썸은 3711만원을 각각 표시했다.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지난해 6월 12일 이후 처음으로 3700만원 선을 탈환했다. 특히 지난 10일 2700만원 밑으로 잠시 내려간 뒤 불과 열흘 만에 가치가 1000만원이나 늘어났다. 열흘간의 상승률은 37%에 이른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의 강세도 뚜렷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0.31%, 1주 전보다 10.35% 오른 1783달러(약 234만원)를 기록했다. 업비트 매매가는 236만9000원, 빗썸 매매가는 237만3000원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최근 활황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암호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의 규모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강세장이 나타난 최근 열흘간 미국 중소형 은행들은 연이어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했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스위스 최대 은행 유니언뱅크오브스위스(UBS)에 인수됐다.

이로 인해 시장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뉴스채널 CNN에서 시장의 심리를 백분위로 표시한 ‘공포와 탐욕 지수’는 ‘극단적 공포’ 구간인 22까지 내려갔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세계 금융가의 혼란, 예상을 초월한 인플레이션에도 암호화폐는 헤지(위험 상쇄)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월스트리트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기억하는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최근 강세를 제도권 은행에 대한 불신의 결과로 본 의견도 나온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CTO)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은행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이번에는 중앙은행, 규제 당국, 시중은행이 모두 예금 고객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예금) 인출액을 충분하게 충당할 수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해 내내 내부적으로만 의사소통을 했다. 규제 당국은 은행들의 부실을 감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중앙은행, 규제 당국, 은행들은 대규모 붕괴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시중은행을 넘어 기축통화국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로도 향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꼬박 1년간 금리를 올려온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금융시장의 회의감을 일으켜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동성을 흘러들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주 전까지 우세했던 연준의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론은 이제 시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서 최종 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 8~9일만 해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기준금리 전망에서 ‘빅스텝’은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빅스텝’을 택한 비율은 ‘제로’(0%)가 됐다. 금리 동결 전망은 53.5%로 과반의 우세가 됐고,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 의견이 46.5%로 뒤를 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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