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에 떨어진 8㎜ 쇠구슬…‘새총 난사범’ 검거 단서됐다

유리창 깨진 아파트 주변에서 발견된 쇠구슬…피의자 검거에 결정적 역할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고층 아파트에서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이웃집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 60대 A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고층 아파트의 29층 유리창을 깬 ‘새총 난사범’ A씨(61)를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단서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견된 8㎜ 쇠구슬 2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도구인 쇠구슬 등장으로 경찰은 사건을 누군가의 ‘새총 난사’로 판단하고, 깨진 유리창을 통해 발사각을 추정하고 쇠구슬 구매처를 뒤져 결국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20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29층에 사는 B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유리창 파손 신고를 접수했다. B씨가 사는 아파트는 최고 32층짜리 고층 아파트다.

B 씨는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유리가 깨지는 굉음을 듣고 깜짝 놀라 거실 유리창을 확인했다. 두께 3㎜ 유리 2장 중 바깥 유리에 3㎝ 정도 되는 구멍이 뚫렸고, 사방으로 금이 간 상태였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쇠구슬로 인해 깨진 아파트 유리창. 연합뉴스

다음 날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B씨와 비슷한 피해를 본 세대가 2곳 더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이틀에 걸쳐 아파트 일대를 수색한 끝에 아파트 단지 1층 외부 인도에서 지름 8㎜짜리 쇠구슬 2개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리가 깨진 집이 너무 고층이어서 수사 초기에는 누군가가 쇠구슬을 쐈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쇠구슬 발견으로 경찰은 본격적인 발사 위치 추적을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들을 분석해 발사각과 거리를 계산한 결과 옆 동이면서 피해 세대보다 높은 층에서 쇠 구슬을 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탄도 레이저 분석’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쇠구슬이 옆 동에서 발사된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경찰은 쇠구슬을 날린 의심 세대를 10여곳으로 압축해 이들 중 쇠 구슬 판매 업체에서 구매한 사람이 있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수도권 전역에 있는 50여곳의 업체에 전화를 걸거나 형사가 직접 방문해 일일이 구매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선 A씨. 연합뉴스

경찰은 이틀 동안 발품을 판 끝에 경기도 한 업체에서 피의자인 A씨 신원을 파악했고, 지난 17일 체포했다. 사건 발생 1주일 만이었다.

구매 업체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최근 3개월 동안 5차례 이상 쇠 구슬과 새총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의 집에서는 표적지와 표적 매트를 놓고 새총 발사 연습을 한 흔적도 발견됐다.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19일 구속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쇠 구슬이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겨 실제로 쏴봤다”면서도 “특정 세대를 조준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등 주택가에서 일어나는 쇠 구슬 사건은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아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의심 세대부터 수소문했다면 A씨가 새총과 쇠 구슬을 모두 숨겨 사건이 장기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