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단독] “13만원? MT 필참?” 서울 한 대학 시끌

A대학 공연예술학과 “MT 무조건 참석” 요구
‘수업 있다’ 불만에 “빠져도 성적에 영향 없다”
졸업생 “술 바가지 담아 원샷 강요” 폭로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알립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아리 홍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재학생들에게 학과 MT에 무조건 참석할 것을 요구하면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과 측은 수업에 빠질 수 없다는 학생들에게 “결석 한 번으로 성적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며 불참하려면 지도교수의 허락을 받아올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민일보에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대학생 A씨에 따르면 이 대학 공연예술학과는 오는 24~25일 강원도 평창 일대에 MT를 가겠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학과 측은 SNS에 공지글을 올리면서 “휴학생을 제외하고 ‘무조건 필참(필수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참가비용(10만원)과 학회비(3만원)를 포함해 총 13만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MT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담당 교수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또 학과 학생회에선 MT 참석과 별개로 학교 이니셜이 새겨진 단체 후드티를 2만7000원에 반드시 구매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참가비 10만원+후드티 강매…불참 의사에 교수 ‘호출’

제보자 A씨는 부담스러운 비용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곧장 담당 교수의 호출 명령이 떨어졌다. A씨는 “담당 교수에게 불려가 ‘왜 안 가느냐’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며 “거절 의사에도 참석을 요구하며 MT 비용을 입금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금요일 오전 출발하는 일정으로 인해 수업에 차질을 빚는 학생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학과 조교는 “수업에 한 번 빠지는 걸로 성적(잘 받는 것)에 무리가 없다”며 “결석 한 번으로 성적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 A씨 제공

해당 학교 커뮤니티에는 학과 측의 참석 강요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재학생은 ‘MT XX 강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학과 측의 행태를 고발했다.

“MT가 왜 필수?” “어느 시댄데 강요냐” 불만 폭주

해당 글에는 “우리 학과 수준이다. 어느 과가 MT를 강요하냐. 그것도 수업 결석하라면서” “다른 과도 같이 수업을 듣는데 결석을 해도 성적에 지장이 없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MT가 왜 필수사항이냐. 가기 싫은데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 “비용을 부담해주지도 않으면서 가라면 가야 하느냐” “요즘이 어느 시댄데 MT 강요냐”는 댓글도 작성됐다.

자신을 해당 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는 댓글을 통해 “이전 MT에 갔을 때 냉장고 야채 칸에 술을 가득 담아 놓고 후배들이 돌아가면서 마시게 했다”며 “한 사람씩 술을 바가지에 가득 담아 원샷하고 장기자랑도 시켰다”고 폭로했다.

수업 불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학과 측은 토~일요일로 일정 변경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주말로 일정이 변경될 시에 개인 일정으로 인한 불참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아르바이트, 데이트 등 개인 스케줄은 다 조정하고 MT에 참여하라”며 더욱 강하게 동행을 요구했다.

A씨에 따르면 이 학과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동안 가지 않았던 MT를 올해 다시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A씨는 “다른 과는 참여에 강제성이 없다”며 일방적 참여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제보자 A씨 제공

논란 일자 글 삭제 종용도…“불만 있으면 찾아오라”

학생 반발에 부딪힌 학과 측은 간부급 학생들에게 커뮤니티 글을 삭제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학과 관계자는 공지를 통해 “커뮤니티 글에서 학과 비난이 심하다”며 “각 학년 파트장은 (학생들이 있는) 단톡방에 글을 삭제하라고 공지해 달라”고 전파했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 글은 실제로 삭제됐다고 A씨는 전했다.

논란이 일자 학과 측은 학생들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면 사과하겠다”면서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서 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불만사항이 있으면 직접 찾아와서 얼굴 보고 얘기하라”고 답해 또 반발을 샀다.

학과 측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MT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로, 학과 모두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계획된 것”이라며 “학생들이 주말보다 금~토 일정을 원한다고 투표해 이같이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과 측은 또 “개인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