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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장 수사한다며… 경찰, 희생자 카드 내역 조회

‘무정차’ 논란 이태원역장 수사 위해
피해자들이 실제 이태원역 이용했는지 확인 차원
유족들 “2차 피해·인권침해” 반발

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현판. 뉴시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이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이태원역을 이용했는지 교통카드 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이 교통카드 내역 외에 입출금 내역까지 경찰에 제공하면서 유족과 생존자들은 ‘2차 가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엉뚱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금융정보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참사 희생자 158명과 생존자 292명 등 총 450명에 대한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했다.

이 같은 조치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원역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경찰에 피해자들이 직접 지하철을 이용했는지 확인해 달라며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역장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특수본이 희생자들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을 당시 검찰은 2차 피해와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려했었다.

정작 이태원역장은 지난 3일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특수본은 이태원역장이 참사 당일 경찰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형사책임 인정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혐의도 확실하지 않은 이태원역장 수사를 위해 참사 피해자와 생존자 450명에 대한 금융정보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일부 은행은 경찰에 교통카드 내역 뿐만 아니라 입출금 내역까지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생존자나 유족들은 검찰과 경찰이 전체 계좌 조회를 통해 또 다른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또 사전 동의 없이 피해자들의 금융정보를 수사기관이 강제로 수집한 것에 대해 불만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교통카드 내역을 요청했는데 일부 피해자의 교통카드가 일반 카드와 겸용인 경우가 있어 카드사가 착각해 입출금 내용까지 보낸 것”이라며 “영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사상자가) 지하철을 타고 이태원역에서 하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도 내에서 교통 카드 내역을 조회했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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