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인플루언서길도 한걸음부터 [별별인턴]

SNS 전문가에게 국민일보 인스타그램의 미래를 물었다

백 투 더 베이직

정씨가 노트북에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띄워놓고 좌절에 빠져 있다. 정모씨 제공

선배로부터 국민일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받은 인턴기자 정모(23·여)씨. 이제 국민일보 인스타그램의 운명이 오롯이 정씨의 손에 맡겨졌다. 선배에게 잘해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려니 막막함이 앞섰던 정씨는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기 위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장급 기자들의 감성이 먹히겠나요”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을 역임한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그분은 언론계에서 SNS 관련 논문을 숱하게 쓰신 업계 전문가다. 20일 연락한 그에게서 들려온 첫 마디는 “소셜에서는 부장급 기자들이 가진 감성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언론사 조직 내에 디지털 전략과 관련된 부서가 꽤 있는데 논설위원부터 신입까지 45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언론사들이 가진 굉장히 안 좋은 관습 중의 하나가 새로운 부서나 팀을 만들 때 인사결정권자가 나이 든 부장, 차장급의 기자들이라는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소셜과 관련된 것들을 책임지는 사람은 다 연차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김 연구위원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저연차 젊은 기자들이 소셜과 관련된 유통에 책임을 지고 운영해야 합니다. 국민일보처럼 레거시미디어의 특성이 강한 언론사의 경우에는 부장급 인사들이 관리자가 아니라 팀을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방패막이로서의 지위를 가져야 해요”

부장님, 제 방패막이 돼 주시렵니까?

국민일보의 모든 SNS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상기 콘텐츠 퍼블리싱부 부장. 정씨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상사에게 방패막이 돼 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대신 정씨 같은 젊은 기자에게 SNS를 전담시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 “SNS는 젊은이들의 소통 방식이니, 그들의 감성과 언어로 SNS를 운영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 김 부장이 생각하는 SNS 운영의 어려움은 무엇이 있을까.

“한 기자가 꾸준히 언론사 SNS를 전담하고, 구독자들과 이심전심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해야 하는데 언론사는 구조적으로 한 기자가 한 업무만 오래 전담하기 어려워. 그래서 신문기사 쓰듯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밖에…”

언론사 SNS가 딱딱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김 부장은 인턴에게 모든 운영 권한을 주되 최후의 게이트 키핑 정도는 중간 관리자들이 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정씨를 향해 “인스타그램 소생기라고는 하지만 반드시 소생시키지 않아도 되니 젊은 에너지를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는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운영을 마음먹으며 든 또 다른 생각. 지면 언론이다 보니 느껴지는 시선이 많다. 개인 인스타그램이야 재미만 추구하면 되지만 언론사 인스타그램 운영은 제약밖에 없을 거 같은데. 그런데도 꼭 해야 할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뉴스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통하는 것까지가 언론사의 몫이니만큼 수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채널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당연하죠. SNS가 성행하는 지금에는 언론사 SNS 활동이 필수적입니다”

그렇다. 뉴스를 공급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수용자와 가장 가까운 채널에 뉴스를 유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호한 답변에 나약한 마음을 고쳐 먹은 정씨는 언론사 SNS가 수용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도 언론사가 지켜야 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국민일보라는 언론을 대표하여 SNS를 운영하게 된 입장에서 MZ세대의 관심을 얻는답시고 지나치게 과감한 콘셉트를 잡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주 사용층인 10대~30대를 겨냥한 젊은 감성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 김 부장은 젊은 에너지를 당부했으니, 젊은 에너지란게 무엇인지 보여줘야겠다고 정씨는 마음 먹었다(사고치는 것도 젊은 에너지의 일부입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SNS 운영의 기본은 사전조사와 탐색이다. 무작정 돌입하기 전에 동일 분야에서 이미 인플루언서의 반열에 오른 계정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잘 나가는 계정의 성공 비법을 발견할 수 있다.
인사이트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인사이트의 팔로워 수는 21일 기준 85만1000여명. 이는 메이저 언론사인 조선일보(1만4000여명), 중앙일보(12만2000여명), 동아일보(1만7000여명)의 팔로워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5.5배 많다. 인사이트의 독보적 인기에는 젊은 층이 많이 볼만한 오락성 기사를 가장 빠르고 간결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 인스타그램에는 하루에 평균 10개~15개 가량의 게시물이 업로드되고 있다. 아이템을 선정하고 카드뉴스를 편집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는 실로 엄청난 속도다.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빠르게 업로드해 검색창 상단을 선점하면 그 뒤로는 같은 키워드를 검색한 사용자들의 유입을 독점할 수 있다. 정씨는 이것이 인사이트가 대형 메이저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자리할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라 추측했다. 말 그대로 SNS와 사용자의 특성을 적극 활용한 미디어 친화적인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전략을 국민일보에서 사용한다면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를 모두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뉴스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입사 3주차 인턴이 오보를 낸다면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고단해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SNS의 전파력을 고려해 볼 때, 한 번 저지른 실수는 정정하거나 만회하기가 힘들다. 정씨는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춰 이슈가 되는 사건을 빠르게 파악하고 팩트에 기반한 뉴스를 올려야 한다는 굉장히 당연하지만 어려운 과제를 설정했다.

정씨는 이로써 사전 탐색을 모두 마쳤다.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에 자신감을 얻은 정씨는 “수만 팔로워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트렌디한 언론사로 우뚝 솟아오른 국민일보의 미래가 벌써 그려지는 듯하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 언론사가 되기 위한 치열한 사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별별인턴은 국민일보 인스타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턴기자의 여정을 추적합니다. SNS 플랫폼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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