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감소 원인은? 기후변화 탓 VS 방제제 내성 탓

충남 공주시 양봉 농가에 있는 꿀벌 모습. 국민일보DB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는 양봉 농가들의 현수막이 줄지어 있다. ‘집단 폐사 자연재해 인정하라’ ‘양봉 직불금 도입하라’ 등 꿀벌 폐사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 9일에는 양봉업계 관계자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와 양봉업계의 입장 차는 꿀벌 감소 원인을 다르게 보기 때문인데, 이면에는 예산 지원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지난 겨울 꿀벌 사육 피해 규모 조사 결과 꿀벌 피해가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꿀벌 전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과거 장기간 특정 성분(플루발리네이트)의 방제제가 널리 쓰이면서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퍼졌고, 사육 중인 꿀벌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었다. 또 농가들이 방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응애가 이미 확산한 이후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 면역력을 낮춘 것도 피해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했다.

농식품부는 기후변화는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봉업계 생각은 다르다. 기후변화가 꿀벌 폐사에 영향을 준 만큼, 피해를 본 농가를 양봉 직불금제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꿀벌 감소와 기온 변화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한국양봉학회 학술지에 실린 ‘꿀벌의 월동 폐사와 실종에 대한 기온 변동성의 영향’ 논문은 2021년 10월 이상 고온에 연이은 이상저온 발생으로 겨울 벌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11~12월 초 고온 현상이 겨울 벌의 수명을 단축시켰다고 봤다.

양봉업계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정부가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받는 농가를 양봉 직불금제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꿀벌 집단 폐사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양봉 직불금과 벌꿀 의무자조금을 시행하라는 요구다.

반면 정부는 지자체 예산이 양봉업계에 600억원 정도 쓰이고, 저리의 농축산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직불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은 특정 품목을 위해 쓸 수 없다고 강조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6일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모든 농가가 피해를 입었어야 하는데, 관리를 잘한 농가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며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후변화가 꿀벌에 미칠 영향 등과 관련해 향후 8년간 484억원을 투입해 환경부, 산림청, 기상청, 농촌진흥청과 함께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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