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분할은 다 싫다” 개미 불만에 ‘인적분할’ 제동 걸릴까

거래소, 소액주주 보호방안 검토


알짜 사업만 따로 빼내 상장시키는 인적분할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재상장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져서다. 지난해부터 줄줄이 이어진 인적분할 행렬에 제동이 걸릴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인적분할이란 기존회사 사업부를 떼어내 다시 상장시키는 것을 뜻한다. 새롭게 상장된 자회사는 기존회사 주주들이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2022년 4월~2023년 3월) 인적분할 재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모두 11곳(심사 철회기업 2곳 제외)이다. 지난 3년(2019~2021년)간 발생한 신청 건수(10건)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파인엠텍, 유니드비티플러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현대그린푸드, 한화갤러리아, OCI, 대한제강, 이수화학, 동국제강 등 모두 9곳이 인적분할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인적분할이 늘어난 것은 물적 분할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LG화학이 2차 전지 분야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해 상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LG화학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함도 있다. 올해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법인세 과세 이연 특례가 종료되는 해다. 법인세 과세 이연은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의 기한을 늦춰주는 제도다.

다만 최근에는 인적분할마저도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다. 인적분할로 새롭게 상장되는 자회사는 기존 주주들이 기존에 보유한 지분대로 나눠 갖는다. 이론적으로는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자사주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 보유만큼 신주 배정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결권이 살아나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전적 측면에서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보게 되는 거라면, 인적분할은 의결권 측면에서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라면서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으면서, 대주주들의 없었던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거래소는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적분할 재상장 심사 때 자사주 지분율이 평균보다 매우 높거나, 인적분할을 앞두고 자사주 지분을 크게 늘린 기업을 위주로 일반 주주 보호 방안을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의 소액주주 대상 간담회 개최 여부도 따지기로 했다.

인적분할을 시도 중인 기업들은 거래소의 판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STX, 조선내화, 대한제강 등의 기업은 최근 인적분할 재상장 청구서를 접수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 거래소의 상장규정인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질적 심사기준과 동시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경우 소액주주 보호 방안 틀 안에서 추가로 심사를 받게 된다.

거래소는 구체적인 자사주 지분율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비중 높은 기업들이 10% 내외였지만, 최근 들어 비중이 20%가 넘는 회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라며 “심사 경우가 많이 쌓여야 구체적 가이드라인 발표할 수 있어서 시점은 미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