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국 저출생 진짜 이유 ‘젠더 문제’” 美 언론인 분석

美 시사주간 ‘디애틀랜틱’ 언론인 서스만 기고글
“한국에서 ‘성별간 분노’가 가장 큰 사회적 단층” 분석

국민일보 DB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가 낮은 혼인율을 만들어 결국 저출산의 늪에 빠지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미국 언론인의 주장이 나왔다.

언론인 애나 루이즈 서스만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디 애틀랜틱’에 기고한 ‘한국인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에서는 인종이나 나이, 이민상태보다는 성별이 가장 날카로운 사회적 단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는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다”는 한 한국 여성의 말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했다. 서스만은 자신이 인터뷰한 그 여성은 남자들과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한국 남녀의 서로에 대한 인식이 낮은 출생률의 시작이라고 적었다.

서스만도 물론 한국에서 양육 비용과 육아문제, 주거문제 등이 결혼과 출산의 큰 장애물로 꼽힌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는 더 기본적 역학관계인 여성과 남성 사이 관계 악화, 즉 한국 언론이 ‘젠더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간과하는 설명”이라며 한국의 젠더 갈등이 갖는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서스만은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국가 주도 경제성장, 민주화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더 많은 한국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성별 격차를 뛰어 넘었지만, 사회적 성 역할 변화는 지체된 점을 한 문제로 봤다. 결국 결혼·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분노가 쌓였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지난해 9월 15일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서스만은 최근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들이 한국 사회 내 성별 간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언급하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이 분노하고 겁에 질렸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 여성들은) 온라인 등으로 페미니즘을 접한 후에야 가부장제 및 성차별 피해의 경험을 표현하게 된 경우가 다수”라면서 “(여성들은) 이때 각성 혹은 급진화의 순간을 겪는다고 묘사한다”고 말했다. 서스만은 이런 인식 속에서 한국 여성들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B’(비·非)를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싱글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군 신병 수료식이 지난해 6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젠더 갈등은 여성의 분노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서스만은 한국의 20대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의무 군복무를 하는 남성들이 자신들보다 2년 정도 먼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이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다고 느끼며 분노를 키워간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남성 분노의 물결 속에 선출됐다. 그는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라고도 거론했다.

국민일보 DB

서스만은 한국 젠더 갈등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워마드, 메갈리아 등도 소개했다. 그는 “일베는 노골적인 안티페미니즘으로 유명한 웹사이트”라면서 “대안 우파 혹은 ‘매노스피어’(남초 커뮤니티)의 요소를 갖췄다. 일베 회원들은 한국 여성을 ‘김치녀’로 묘사하고, 허영심이 많고, 영악하고, 물질주의적인 것으로 정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공유하는 ‘역차별’에 대한 밈과 불만에 대해 한 한국 작가는 ‘편집증적 여성 혐오’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반대 지점에 있는 워마드와 메갈리아 등에 대해서는 “(일베 등의 공격에) 여성들 일부가 메갈리아 웹사이트를 만들어 동일한 수사적 장치와 혐오적 표현을 남성 공격에 사용하는 ‘미러링’ 기술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서스만은 “2018년 성폭력 폭로 운동인 ‘미투’(Me too)가 촉발된 이후 구글에서 ‘페미니즘’ 검색이 늘었다”면서 “메갈리아 등을 통한 방법이 오히려 ‘이미 희생 당했다’며 화나 있는 남성에게 ‘페미니즘’을 더러운 단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한국 사회 내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상황도 짚었다.

이 같이 서로가 혐오하는 상황에서 ‘남녀 모두 결혼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 서스만의 주장이다. 실제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은 ‘장래 배우자의 페미니즘적 성향’이나 ‘독박 경제 활동’을 우려하고, 여성들은 ‘비대칭적 가사 분담’을 걱정해 각자 결혼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스만이 인터뷰한 국내 사회학자 김모씨도 “여성과 남성 사이 불신과 증오가 있다는 것이 한국의 출산율 감소세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이 칼럼을 쓴 서스만은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활동했던 언론인으로 현재는 뉴욕타임스 등에서 젠더, 경제 등을 보도하고 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