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인사 업무 담당자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모(5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후임 인사부장 강모(60)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 전 인사팀장 오모(54)·박모(54)씨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양벌규정(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에 따라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원을 내야 한다.

송씨 등은 2013∼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은행 고위 임원과 연결됐거나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여성 지원자의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한 혐의도 있다.

1심과 2심은 이들이 만든 추천 리스트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함이라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에서 채용 공정성은 중요한 가치인데도 피고인들은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하나은행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현저히 훼손했다”며 “불이익을 겪거나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살피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범행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내며 편법 채용 지시를 내린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67)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는 지난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심 법원은 함 회장이 일부 지원자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했지만,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함 회장은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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