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 없다’던 이지선을 살게 한 건 엄마의 기도였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화면 캡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지선 교수가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가족과 지인의 기도와 “넌 괜찮다”는 응원의 눈빛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 교수는 최근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세간에 알려졌다시피 이 교수는 이화여대 재학하던 23살에 음주 운전자에 의한 차량 화재 사고로 전신 55%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 간 이 교수는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사고 이후 상한 피부를 걷어내는 첫 수술을 받으며 “지옥에서 들릴 법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기억했다. 이 교수는 치료 중 처음 자기 다리를 본 때를 언급하면서 “살색이라고 부르는 피부가 없는 상태를 보게 됐고, 내가 살 수 없는 상황이구나 그때야 직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교수와 함께 출연한 어머니도 “치료를 마치고 나오면 아픈 걸 어찌할 수가 없어서 이를 떨었다”며 딸의 고통을 회상했다. 중환자실 주변 환자가 유명을 달리하는 걸 수시로 본 이 교수는 어머니에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 같지 않다. 우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교수의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딸의 입에 밥을 밀어 넣으면서 “이게 지선이 살이 되고 피부가 되게 해 주세요”라며 기도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런 엄마를 보고 그 밥을 받아먹으며 ‘살아서 나가야겠다, 최선을 다해야겠다, 마음으로 지지 말자’는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 교수의 어머니는 “할 수 있는 게 그것(기도)밖에 없었다. 엄마가 낙심한 얼굴을 보이면 안 될 거 같아서 기도가 모든 걸 감추는 역할도 했었다”고 했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화면 캡처

살아남고 회복하려는데 힘을 모을 수 있었던 데는 주변인의 괜찮다는 말과 눈빛이 있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엄마가 중환자실에서부터 ‘괜찮다’고 해서 저는 좀 괜찮은 줄 알았다. 그게 큰 힘이 됐다. 그 뒤 7개월을 병원에 있었는데, 친구들도 찾아올 때마다 문 앞에서 서로 울지 말자고 다짐하고 옛날의 저로 대해줬다. 참 즐거웠다. 웃는 게 고통을 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화상으로 달라진 외모를 받아들이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 있는 동안 수술을 받으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피부는 갖게 되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고, 또 다른 어려움이 시작됐다. 새로운 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거 나 아닌데’ 하면서 제 모습을 잊으려 했는데, 그때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보이게 됐다. 너무 달라진 모습인데도 제 피부를 보는 게 아니라 원래 사랑한 동생, 내 딸, 내 조카로 나를 봤다. 이 사랑을 저버려선 안 된단 생각을 하게 됐고, 거울 앞에 용기를 내 서게 됐다”고 했다.

여전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놀라는 걸 언급하면서 이 교수는 “TV에서 자세히 보고 길에서 만나는 저를 그냥 지나가 주시길, 내 삶에도 희로애락이 있으니 너무 특별하게 여기지 말아 주시길, 또 저를 보고 갖게 된 이해의 폭이 누군가에게 ‘지선 씨처럼 오늘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갔다”고 바랐다.

그는 가해자가 사과나 합의 등의 문제로 찾아오지 않아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미 제게 닥친 고통이 너무 컸기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니,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담담히 전했다. 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우리(가족)가 잊고 살았다.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잊어버리고 제가 살아남고 회복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당했다’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만났다’고 말하고 싶다는 이 교수는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았고, 돌아보니 마냥 피해자로만 살지 않았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이 참 많았다. 보이지 않지만 훨씬 중요한 것을 많이 얻게 됐다”고 했다. 사고와 만났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것과 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 이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환자, 장애인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로 봐주어서 제가 피해자로 살지 않고 이지선으로 열심히 살아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불의의 사고를 경험한 이들에게 “꿈에서조차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일을 마주하더라도 그 일과 헤어질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암울하고 절망적일지라도 우리 인생이 결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 희망으로 오늘 하루를, 또 하루를 살아 나가다 보면 분명 그날이 올 것이다. 그날에 대한 의구심이 드시면 그때 저를 떠올려봐 주시면 좋겠다. 끝났다고, 다 망가진 것 같아도 오늘이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인생 꽤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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