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 상태에 빠졌던 20대 남성이 기적처럼 깨어나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사건이 뉴질랜드에서 발생했다. 이 남성은 생명유지 장치를 떼어내자, 오히려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하며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윈터 킹(29) 사연을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지붕 기술자이자 동네 럭비 클럽 선수이기도 했던 킹은 지난해 10월 친구 약혼식에 참석한 뒤 술집에 갔다가 싸움이 붙었다.

킹은 기습적으로 머리 쪽을 가격당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킹은 이 때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고, 결국 혼수 상태에 빠졌다. 킹은 생명유지 장치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킹은 혼수 상태 속에서 뇌졸중까지 앓으며 가족 마음을 졸이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가족들은 희망을 잃어갔다. “의식을 되찾아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오른쪽 몸을 쓸 수 없을 것이다”는 의료진 말에 절망에 빠졌다. 킹의 어머니와 누나들은 ‘킹도 그런 삶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킹의 가족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른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생명유지 장치를 떼어냈는데도 킹은 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킹은 갈수록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얼마 안 돼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다. 킹은 자신을 쳐다보던 가족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킹의 누나인 엠버 소우먼은 “작은 미소가 엄청난 승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 지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킹의 목소리가 울렸다. 킹은 병문안을 온 친구들에게 농담을 건넸고, 어머니와 누나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킹은 “나는 친구가 많다”며 “지난 몇 달간 많은 사람이 병문안을 와 좋다. 사람들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대해선 “어머니와 누나들이 나를 돌보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 이겨냈다”고 말했다.

현재 킹은 사고 전처럼 말하고 걸으며 일상생활을 지내고 있다. 소우먼은 “동생이 회복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역시 킹이 회복한 것을 두고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평가했다. 킹의 상태를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은 의과대학 학습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말하고 걷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한두 개가 아니다.

킹은 시력이 손상돼 다시는 운전을 할 수 없게 됐고, 기억의 일부도 사라졌다. 킹은 아버지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몇 번이고 그 사실을 설명해줘야 한다. 스마트폰 비밀번호는 기억하지만,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킹은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기분이 묘하다”고 토로했다. 킹은 재활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즐거움도 생겼다. 킹은 지난달 생일을 맞다 당구대를 구입해 하루에도 수차례 당구를 친다. 킹은 병상에 누워있던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과 수시로 만나며 끈끈한 우정도 이어가고 있다. 소우먼은 “가족에게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친구들에게는 ‘신의 선물’ 같은 아이였다는대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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