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연극? K팝 유저같은 관객 참여로 완성

28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서 개막하는 ‘다페르튜토 쿼드’
적극 연출가 “무대 위 행위보다 관객의 다양한 시선 자체가 중요”

적극 연출가의 ‘다페르튜토 쿼드’ 연습장면. 서울문화재단

오는 28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개막하는 ‘다페르튜토 쿼드’(~4월 16일까지)는 관객과 극장의 새로운 역할을 제기하는 실험적 공연이다. 작품 연출을 맡은 연출가 적극은 최근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시대에 맞는 연극의 새로운 화술을 제시하고자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다페르튜토’는 ‘어디에나, 도처에’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적극 연출가는 2010년 1인 연극팀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를 만든 뒤 연극이 진행되는 상황이나 연기자에 따라 공연 내용을 바꾸는 연출기법을 선보여 왔다. 예를 들어 ‘다페르튜토 부산’ ‘디페르튜토 안산’처럼 공간을 초월하는 의미의 다페르튜토와 특정 장소의 이름이 합쳐진 제목은 적극 연출가가 지향하는 바를 짐작하게 해준다. ‘다페르튜토 쿼드’의 경우 가변형 블랙박스인 대학로극장 쿼드가 담아낼 코로나 이후의 공연 형태에 대한 고민과 공연장의 건축적 구조에서 상상한 장면들을 담았다.

극단 명칭은 세계 연극사에서 중요한 연출가인 메이어홀드(1874~1940)가 생전에 배우로 출연할 때 사용했던 이름인 ‘닥터 다페르튜토’에서 따온 것이다. 메이어홀드는 무대 위에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자연주의 연극 양식을 비판하며 관객이 연극성을 인지하고 연극의 능동적인 한 축으로 존재하는 구성주의 연극 양식을 주창했다.

‘다페르튜토 쿼드’를 선보이는 적극 연출가. 서울문화재단

적극 연출가 역시 공연을 통해 관객이 단순히 ‘보는 자’가 아닌 ‘행위하는 자’로 기능하길 바란다. 서울대 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동아리를 통해 연극에 매력을 느끼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했다. “전공인 디자인이 자본주의에 종속된 측면이 많은 대신 연극은 더 자유로워 보였다”는 그는 연극원 졸업 이후 기성 연극의 경직된 양식을 벗어나려는 작업을 게릴라처럼 펼쳐 왔다.

협업이 중요한 기존 연극계와 반대되는 그의 작업 방식에 대해 미술계가 먼저 주목하고 나섰다. 현대미술의 경우 예술 행위 자체에 비평적인 접근을 시도하거나 실험과정 그 자체를 작품으로도 받아들이는데, 그의 작업이 그런 유사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연계에서 원일이 이끄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에서 공연, 미디어, 게임, 쌍방향 소통을 겸한 ‘메타 퍼포먼스 : 미래 극장’을 연출하는 등 무대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다페르튜토 쿼드’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의 올해 첫 자체 제작 공연으로 연금술사의 세계관을 반영했다. 물, 흙, 공기 등 세상의 근원이 되는 네 원소를 테마로 한 네 개의 막이 펼쳐진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퍼포머들이 대사 없이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움직임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다.

‘다페르튜토 쿼드’의 연습장면. 서울문화재단

그는 “이번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대립의 공존’이다. 모순된 것들이 하나의 무대 안에 공존한다”면서 “이번 작품은 무대 위 행위 내용보다 관객의 다양한 시선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새로운 극장의 견해를 제시하는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특히 창작자와 관객의 경계를 없애며 공연장 밖에서도 창작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은 극장 안에서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한편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작품의 유튜브 채널에 올림으로써 창작자의 역할도 일부 담당한다. 적극 연출은 “앞으로의 연극은 어떤 행위를 보여주는 것보다 보는 사람의 시선 기록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며 “무대 위 행위는 이를 위한 과정일 뿐 마지막 결과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장에 오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관객의 다양한 시선 그 자체가 연극 일부이고 새로운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K팝 장르의 소비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K팝 팬들이 음악과 춤을 다시 리믹스와 커버 영상 등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본 그는 “사람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공연이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K팝에서 유저라고 불리는 팬들의 개념을 극장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면서 “기존에 ‘보는 자’에 국한된 관객들이 어떻게 행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관객들이 기록한 1분짜리 영상을 온라인에 같이 올리는 방식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영상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공연장에 오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시선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봤다는 시선의 기록, 그게 앞으로의 공연에서 중요한 요소라 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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