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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의장님들, 1억8천짜리 출장은 ‘관광지 탐방’

전국 시·도의회 의장 12명 지난달 스페인·포르투갈 출장
‘문화탐방’ 명목 주요 관광지 방문
결과보고서는 제출기한 지났지만 공개 안해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면서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연수)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다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 내역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에 참고’ ‘국제적 감각 제고’ 등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단순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 광장'의 모습. 스페인의 '관광 명소'로 꼽힌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 12명이 지난달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이곳을 견학했다. 세비야시티가이드 홈페이지 캡처

전국시도의회 의장 12명이 지난달 단체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출장 일정 절반은 문화 탐방 등 비공식 일정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 탐방 일정은 모두 유명 관광지들로 채워져 있어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탐방이나 견학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보고서는 귀국 후 한 달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

25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시·도의회(서울·대전·대구·전북·제주 제외) 의장 12명은 지난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수행원과 협의회 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출장 규모는 29명이다. 협의회는 전국 17개 시도의장이 모여 지방자치 발전을 논의하는 시도의회 대표 기구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지방자치제도 비교 견학을 통해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비교연구를 통해 우수시책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의원 1인당 경비는 약 530만원으로, 직원 여비까지 합치면 총 소요 예산은 1억8000만원 규모였다. 출장 비용은 협의회에서 부담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협의회는 각 시도의회에서 걷은 분담금을 운영 비용으로 사용한다. 결국 주민 세금으로 이뤄진 출장인 셈이다.

일정 절반은 공식 일정 없는 ‘문화탐방·견학’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작성한 '2023년 공무국외출장 계획안'. 출장 목적엔 '지방자치제도 비교견학을 통한 성공사례 발굴 및 비교연구를 통한 우수시책 개발'이라고 적혀 있다. 서울, 대구, 대전, 전북, 제주를 제외한 광역의회 의장 12명이 참석했다. 협의회 제공

국민일보가 확인한 ‘2023년도 협의회 공무국외출장계획안’을 보면 출장목적에 ‘지방자치제도 비교 견학’ ‘상호 이해증진 및 지역 간 협력방안 모색’ 등이 적혀 있다.

주요 방문지에서의 활동 사항으로는 지방의회의원 의정활동 지원 현황 비교와 지자체 활성화 사례 연구,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활동 등 지방의회 간 방문교류가 제시돼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출장 세부 내용을 보면 위와 같은 취지와는 무관해 보이는 일정이 상당수다.

출장 기간 8일 중 4일은 공식 일정 없이 문화탐방이나 견학 등 비공식 일정으로만 채워져 있다. 현지 도착한 첫날(바르셀로나 문화 탐방)과 4·5일차(톨레도와 그라나다 문화 탐방), 8일차(리스본 문화탐방)에 각각 성 가족 성당·구엘 공원, 톨레도 구시가지·대성당, 알함브라 궁전·세비야성당, 신트라 등 각 지역 대표 관광지를 견학하는 식이다.

출장 세부일정 계획표. 시의회 방문과 같은 공식 일정은 5건이 4일에 걸쳐 진행된다. 전체 8일 중 4일은 공식 일정이 아예 없다. 나머지는 대부분 문화탐방이나 견학 명목으로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이다. 협의회 제공

협의회 관계자도 이 같은 일정이 ‘관광 일정’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4, 5일차 일정의 경우 주말이라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주말에 여는 공공기관이 없어서 공식 일정을 포함시키기 어려웠다. 이동과 휴식의 개념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의회 방문 일정이 있는 날도 해당 일정 외에는 주요 관광지 견학으로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일차의 경우 오전 9시 바르셀로나 시의회 방문을 한 뒤 바르셀로나 외곽의 주요 관광지인 몬세랏으로 약 1시간 이동해 몬세랏 수도원을 견학하고 케이블카를 타는 것으로 돼 있다. 마드리드 시의회를 방문하는 3일차도 오전 11시 45분 공식 일정 이후 프라도 미술관 관람, 마요르 광장, 푸에르타 델 솔 & 그랑비아 거리 견학 등이 잡혀 있다.

결과보고서 30일 넘도록 공개 안 해…자체 권고 셀프 위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끊이지 않자 협의회 차원에서 2019년 권고안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해외 출장시 결과보고서를 귀국 후 30일 이내 작성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출장에서 보고서는 기한 내 작성되지 않았다. 협의회 제공

일정만 가지고 출장 내용을 평가할 수는 없는 만큼 국민일보는 출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협의회 측에 결과보고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귀국 후 30일이 넘도록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19년 ‘귀국 후 30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마련해 각 시도의회에 제공했는데, 스스로 권고를 위반한 꼴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여러 회의로 바빠 출장 결과보고서를 아직 작성하지 못했다”며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해 시도의회에 전달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로 인해 전국 시도의회도 무더기로 권고 및 자체 규정을 위반하는 상황이 됐다. 시도의회는 자체 규정에 따라 출장 결과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협의회 주관 출장의 경우 협의회가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각 시도의회로 넘기는 구조다. 그런데 협의회 차원의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다 보니, 각 시도의회도 각 의장이 다녀온 출장 결과보고서를 기한 내에 공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번 출장 계획서에 이름을 올린 전국 의장 명단. 전국 17개 광역 의회 의장 가운데 13명의 의장이 출장 계획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의회 의장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실제로는 12명의 의장이 출장길에 올랐다. 협의회 제공

한 지방의회 관계자는 “(결과보고서 제출)기한이 넘어 지난주부터 협의회에 자료를 요청 중인데 아직 작성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의회로서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방 의회 관계자도 “최근 공무국외출장 제도가 강화돼서 결과보고서를 30일 이내 공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서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단장 역할을 맡은 김진부 경남도의회 의장 측은 “일정 자체는 협의회 사무국에서 전반적으로 다뤘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 의장은 협의회에서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서울시의회 회기 등을 이유로 이번 출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구, 대전, 전북 의장도 이번 출장에서 빠졌다. 제주도의회 의장은 계획 단계에서는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이후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강민 김판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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