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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월례비는 죄가 없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건설업체로부터 관행적으로 받아온 월례비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건폭’이라 칭하며 공격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월례비는 이렇게 매도될 정도로 중죄를 지은 걸까.

먼저, 우리 공사현장의 현실을 보자. 어떤 공사가 발주되면, 소위 ‘원청’이라고 불리는 종합건설업체가 공사를 따내는데, 원청은 소위 ‘하청’이라 불리는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건설업체에게 하도급을 준다. 하도급은 1차에서 그치지 않고 2차, 3차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다단계 하도급이 반복될수록 하청업체가 받는 공사비는 줄 수밖에 없고, 하청업체는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인력과 공사기간을 쥐어짤 수밖에 없다. 여기서 월례비 관행이 나왔다.

과거 타워크레인 기사는 원청인 종합건설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였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이후 종합건설업체들이 타워크레인을 포함한 건설기계들을 외주화했는데, 이후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그런데, 통상 건설현장에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관련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기사는 원청이나 원청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전문건설업체의 지시를 받아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청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를 주면서 장시간 근로나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7일 걸릴 일이 3일 걸리고, 7명이 할 일을 3명이 하면 되므로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즉,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 입장에서는 장시간 근로와 위험한 작업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최근에 하청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상대로 월례비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니 이미 지급한 월례비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 대한 1심과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1심 법원은 “하청업체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서 월례비를 지급한 것은 아니므로 정상적인 비채변제에 해당하다고 보고 하청업체가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청업체가 불복하여 제기한 항소심 법원은 1심보다 더욱 진일보한 판결을 선고했다.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월례비를 지급할 당시 시공사와 원고인 하청업체 및 타워크레인 기사들 사이에는 기사들이 월례비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이므로 하청업체와 기사들 사이에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봐서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 아니므로 반환할 필요가 없다”라는 취지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처럼 월례비는 우리 건설현장의 기형적인 고용구조와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관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 ‘건폭’으로 매도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월례비는 죄가 없다. 따라서 노사정의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정부가 강압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노조나 노동자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를 함께 해결할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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