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광욕 중 도마뱀’?…공주시의회 해외연수 보고서 수준

말레이시아로 3박5일 정책 연수
의장 포함 시의원 7명 등 총 예산 3253만원
결과보고서 곳곳 ‘부실’…문제 지적에 “여행사 일정 따랐다” 황당 해명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면서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연수)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다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 내역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에 참고’ ‘국제적 감각 제고’ 등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단순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 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주시의회 국외정책연수 결과보고서에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도마뱀"이라고 쓰여있다. 말레이시아 말라카에선 물왕도마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왼쪽은 보고서에 첨부된 실제 사진. 오른쪽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물왕도마뱀 사진. 공주시의회 결과보고서, flickr 캡처

충남 공주시의회가 말레이시아 국외 연수를 다녀온 뒤 낸 결과보고서가 부실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일정 가운데 본 ‘일광욕 중인 도마뱀’ 사진이 첨부되는 등 단순 여행 후기 수준의 내용이 다수 담겼다. 당시 연수 일정은 한 차례 심사를 받은 뒤 크게 바뀌었는데, 바뀐 연수 계획엔 단순 관광 일정이 더 늘어났지만 다시 심사도 받지 않았다.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충남 공주시의회 국외정책연수 보고서’에 따르면 공주시의회 의원 7명과 직원 7명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정책 연수를 다녀왔다. 예산은 1인당 163만원씩 총 3253만원 규모였다. 시의회는 “문화관광 자원 비교 견학, 도시개발 우수사례 방문, 타국 의회와의 교류”를 연수 목적으로 밝혔다.

아무리 ‘관광 자원 견학’이라지만…

공주시의회 의원들이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 시티갤러리에서 하트를 표시하며 찍은 단체 사진. 이들은 결과보고서에 "방문객들이 인증사진을 가장 많이 남기는 장소"라고 썼다. 국외정책연수 결과보고서 캡처

그런데 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결과 보고서를 보면 애초 연수 목적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체 25쪽 분량의 보고서 중 9쪽에 달하는 연수 활동 주요 현황에는 방문지를 단순 소개하거나 외유성이 의심되는 내용이 다수 채워졌다.

이들은 쿠알라룸푸르를 소개하는 관광지인 ‘시티갤러리’를 방문한 뒤 보고서에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방문객이 인증사진을 가장 많이 남기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첨부된 사진은 ‘시티갤러리 조형물 앞’에서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재래시장 쿠알라룸푸르 센트럴 마켓에 들른 뒤에는 “특산품으로 만든 기념품이나 동남아 전통 직물인 바틱 제품, 기념품을 구입하기 좋다”고 썼다. 말레이시아의 먹자골목인 ‘잘란 알로 야시장’ 방문 결과로는 “중국, 인도, 태국, 말레이 음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공주시의회 국외정책연수 결과보고서에 첨부된 기타 현장방문 항목. 말레이시아 왕궁, 페트로나스 트윈 타원 푸트라자야 푸트라 모스크 등에서 찍은 단체 사진만 첨부했다. 결과보고서 캡처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첨부한 곳도 있다. 말레이시아 왕궁, 메르데카 독립광장, 바투 동굴 등을 비롯한 관광지 6곳은 ‘기타 현장방문’이라며 사진만 제출했다.

연수를 통해 경험한 내용을 의정 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적는 ‘연수 결과’에도 여행 감상평 수준의 내용이 이어졌다. 행정복지위원회는 ‘연수결과’로 “말라카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방문했던 장소는 말라카 리버 크루즈였다. 말라카 시내를 가로지르는 말라카강을 따라 40여분간의 항해가 이어졌다”고 적었다. 말라카 리버 크루즈는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유람선을 말한다.

또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커다란 도마뱀”이라면서 ‘일광욕 중인 도마뱀’이라는 설명을 붙인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날씨가 좋아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 강의 주변으로 카페, 식당, 술집이 즐비했고 말라카의 역사를 그려놓은 벽화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적었다.

심사 때 “관광지 많다” 지적있었는데…관광지 대거 추가

연수계획서 상 주요 일정. 시의회 방문과 같은 공식 일정은 단 1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관광지 견학으로 구성돼있다. 공주시의회 제공

결과 보고서가 관광 일정으로 채워진 배경에는 당초 세웠던 국외출장 계획 초안이 무산돼 계획이 급하게 수정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 게시된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공주시의회는 11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일정이 이태원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에 들어가면서 이 계획은 취소됐다. 이후 계획을 다시 추진하면서 싱가포르 일정은 제외되고 말레이시아 일정만 이틀에서 사흘로 늘어나면서 관광지가 대거 추가됐다.

그러면서 당초 초안에 담겼던 쿠알라룸푸르 시청, 시의회 방문과 말레이시아 관광청 방문 일정도 삭제됐다. 대신 초안에 없던 바투 동굴, 세인트폴 언덕,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메르데카 광장 등 말레이시아의 주요 관광지가 수정안에 추가됐다.

시의회 심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 계획 초안을 심사했을 때도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느낌이 없지 않다. (공식) 기관 방문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후 일정을 변경하면서 이를 보완하기보다는 오히려 관광 일정이 늘린 결과가 초래됐다.

실제 연수 세부일정을 보면 “힌두교 최대성지 바투 동굴 관광”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관람” “말라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리버보트” 등 단순 관광상품 일정 설명 같은 표현들이 적혀 있다.

공주시의회 연수 세부 일정표. 대부분 관광지 방문 일정으로 구성돼있다. 공주시의회 제공

더욱이 변경된 연수 계획은 심사위원회의 재심사도 거치지 않았다. 변경된 계획안은 출발 일주일 전에서야 결재가 이뤄졌다. 공주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회는 국외출장 계획안을 출국 30일 전 심사위에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주시의회 관계자는 “예산 범위 내에서 계획안을 축소했기 때문에 심사를 다시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광지 일정이 대거 추가된 점에 대해서는 “출장 일정이 두 달 정도 미뤄지고 연말이다 보니 공식 기관 방문이 어려워졌다. 현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를 다녀온 송영월 공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실한 결과 보고서’ 지적에 대해 “소감과 느낀 점을 써서 제출했다”면서 “결과 보고서를 받았지만 제대로 살펴보진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행사 일정을 따랐으니 여행사에 문의해 보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일보는 연수를 함께 다녀온 윤구병 공주시의회 의장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정헌 김판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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