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 윤경림 결국 사퇴, 장기 경영공백 현실화

KT는 27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KT 차기 대표 후보자에서 사퇴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모습. 전성필 기자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결국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자격을 내려놨다. 올해 1분기 내내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문제로 흔들렸던 KT는 ‘장기 경영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임시 대표직을 맡을 인사부터 새 후보를 찾아 선임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일정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상태다. KT를 둘러싼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KT는 27일 윤 부문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는 “윤 부문장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윤 부문장의 후보 사퇴로 KT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지 못하게 됐다. KT는 일부 주주총회 안건을 폐기한다고 공시했다.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 경영계약서 승인 건 등이 그것이다. KT 정관에는 대표이사가 최종 선임되지 못하면 대표 후보자의 사내이사 후보 추천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 재무제표 승인 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후보자를 선출하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시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빨라도 올해 2분기 중반에서야 ‘새 대표 체제’가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


또한 KT는 ‘임시 대표’를 누가 맡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먼저 임시 대표를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담당하는 방안이다. 상법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선출하지 못하면 현직 대표가 임시로 직무를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여권으로부터 ‘이권 카르텔’이라고 강한 비난을 받는 구 대표가 임시 대표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른 하나는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는 KT 정관에 따라 임시 대표가 정해진다. 현재 직제 규정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를 대행할 확률이 크다. 다만 임시 대표 성격이기 때문에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KT 내부에 뚜렷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라 어정쩡한 ‘식물 대표 체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한 KT 관계자는 “누가 임시 대표가 되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구든 권한이 불명확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는 등의 의사결정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KT 안팎에서는 이사회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사회가 대표 후보 심사와 선임을 주도해온 만큼 경영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것이다. KT 노조는 이사진 총사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KT는 “조기 경영 안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정부와 여당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이 민간기업인 KT의 대표이사 인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 절차가 꼬인 만큼, 차기 대표이사 자격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내놓거나 적절한 인사를 추천해 사태를 조기 봉합하라는 것이다. KT 소액주주들은 “뚜렷한 대안 없이 반대만 하다가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고 비판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내고 “국민연금에서 원하는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KT의 혼란이 계속될 것인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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