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일 만의 재개, ‘철의 사나이들’ 울었다… 포항제철소의 기적

지난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높이 110m, 내부 온도가 2300℃에 달하는 2고로는 온도와 통기성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어하는 스마트 고로다. 포스코 제공

1150도로 가열된 슬라브(철강 반제품)가 압연기 사이로 밀려 들어가며 굉음을 냈다. 달궈진 슬라브를 멀찌감치 서서 바라만 봤는데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난 23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은 뜨거운 불꽃과 소음, 열기로 가득했다. 공장 벽면엔 1.5m 높이로 ‘냉천 범람 피해수위’라고 적힌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쏟아낸 물폭탄의 상흔이다. 서민교 2열연공장 공장장은 “그 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라고 했다.

포스코가 침수 피해 135일 만에 포항제철소 완전 정상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도약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침수 피해 100일 만에 압연공정의 핵심인 제2열연공장을 복구하고, 올해 1월 20일부터 전면 조업 정상체제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완전 복구 이후 최초로 제철소 내부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 지 두 달째에 접어든 직원들은 “다시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침수 피해를 입은 당일 포항제철소에는 절망만 가득찼다. 전기마저 끊겨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제철소에서 직원들은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포항제철소의 심장인 용광로(고로) 3기는 모두 멈춰섰다. 쇳물이 굳는 초유의 ‘냉입(冷入) 사태’까지 시시각각 다가왔다. 쇳물을 담는 7000㎥ 용량의 피트엔 흙탕물이 들어찼다. 최주한 제2제강공장 공장장은 “어디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로 침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제2열연공장을 포스코 임직원 등이 복구하는 모습. 포스코 제공

제철소를 멈춘 건 자연재해였지만, 다시 움직이게 한 건 사람이었다. 임직원과 협력사, 시공사, 고객사까지 140만명이 너나할 것 없이 힘을 보탰다. 밤샘 작업을 하며 침수 12일 만에 고로를 살려냈다. 강판·냉연·열연공장에 이어 선재·후판공장까지 핵심 공정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현철 2열연공장 파트장은 “복구가 완료된 후 직원들과 만세를 부르고 공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날은 하루 종일 울었다”고 전했다.


기적의 복구 작업엔 민·관·군 도움도 컸다. 포항시에 이어 소방청까지 소방대원 826명, 소방차량 424대, 펌프류 848대를 긴급 지원했다. 산불을 끌 때 쓰는 대용량 방수포는 이틀 만에 제2제강공장 내 빗물 90%를 뽑아냈다. 해병대 1사단의 병력 4000여명은 토사 제거, 오패수 처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천시열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모두의 힘으로 안전사고 한 번 없이 포항제철소를 예전 모습으로 돌려놨다”고 했다. 최근 제철소를 찾은 한 해외 바이어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였으면 그냥 회사를 닫았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포항제철소는 현재 목표 생산량을 초과 달성할 정도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제품 품질도 침수 피해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공장 주변엔 길이 1.9㎞의 차수문 설치작업이 한창이다. 핵심 설비인 변전소·관제센터 등에 침수방지 설비도 공사 중이다. 천 부소장은 “여름 전까지 작업을 마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포항=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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