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지원금 받으려면 수익 계산법도 제출하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기업에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검증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수익 예측 산출 공식을 담은 엑셀 파일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적정 지원 규모를 판단하고, 초과 수익 공유분을 명확히 하려는 조치다. 상무부는 깐깐한 검증을 위해 투자은행 출신 재무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과 가동률은 물론 웨이퍼 예상 수율 등 영업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까지 담도록 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며 “재무제표는 반도체 프로그램 심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사업성과 재무 구조, 경제성, 위험을 평가하고 잠재적 지원금의 규모와 유형, 조건을 결정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의 지난달 보조금 신청을 위한 절차를 언급하며 기업이 보조금을 받고자 하는 생산시설의 예상 현금흐름과 이익 등 대차대조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발표는 서류를 제출할 때 담아야 할 구체적 내용 등을 지정한 세부 지침이다.

상무부는 특히 예상 현금흐름 등 사업의 경제성을 추산하는 데 필요한 금융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월 단위 생산능력과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수율은 반도체 제조 경쟁력의 주요 지표로 특정 시설의 실제 수율은 영업 기밀에 해당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이는 수익이 예상치를 크게 초과하는 경우 이를 공유하도록 한 반도체법 프로그램 검증 자료로 사용된다”며 “초과 수익 공유 조항은 업계가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부분으로, 높은 수준의 수익 공유가 정부 지원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비용 부분에서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 소모품, 화학품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공공요금, 연구개발 비용 등을 입력 항목으로 제시했다. 또 실리콘 웨이퍼, 질소, 산소, 수소, 황산 등 소재별로 비용을 산출하고, 인건비도 엔지니어와 기술자, 관리자 등 유형별 고용 인원을 입력도록 했다.

상무부는 기업이 수익성을 시나리오별로 추산하라고 안내했다. 또 이런 자료를 단순 수치가 아니라 엑셀 파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엑셀파일에는 상무부가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산출 공식도 남기라고 요구했다. 상무부는 기업들에 지역 정부 등 다른 곳에서 받는 지원금과 대출 등도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이번 금융 모델 가이드라인은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기술 업계의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반도체법 프로그램 재무팀이 마련했다. 해당 팀은 사모펀드 회사인 KKR 출신 토드 피셔 이끌고 있다. 상무부는 검증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케빈 퀸 전 뉴저지 경제개발청 이사회 의장까지 영입했다.

상무부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업들과 테이블을 마주할 수 있는 재무적 깊이가 있는 인사들로 팀을 구축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재정 예측은 납세자 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출하기 위한 정부 노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이날 97페이지 분량의 ‘노동력 개발 계획 지침’도 발표했다. 반도체 지원금 신청 기업들의 직원 고용과 교육, 유지 계획 등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상무부는 기업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노동조합 등 지역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금 신청은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 기업은 3월 31일부터, 나머지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기업은 6월 26일부터 받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상무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기업들과 함께 여성, 참전용사, 유색인종, 장애인, 청년, 지방 출신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반도체 취업을 막는 장벽을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쇄회로기판(PCB)과 차세대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관련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모에서 “PCB와 차세대 패키징, 그리고 그 구성품과 제조 시스템은 국방에 필수적인 산업 자원이자 핵심 기술”이라며 “이런 아이템의 부족은 국방력을 심각하게 손상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국내 생산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PCB는 국방, 경제, 환경, 에너지, 의료 관리 부문에서 사용되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라며 “우리는 DPA 권한을 통해 첨단 마이크로 전자공학 역량에 투자하고, 미국에서 최첨단 집적 회로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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